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보육현장이 비리로 얼룩져 가고 있다. 특히 시설을 운영하는 원장들의 도덕적 해이가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운 지경에 도달하고 있다. 대체 이들의 탐욕은 어디까지 가야 직성이 풀릴 것인가. 왜 이들을 통제할 사회적 제도는 적절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가. 유치원 설립자 개인의 외제 차 3대를 유치원 운영에 활용한다는 명목으로 보험료 1400만원을 빼돌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법으로 운영하는 어학원으로 2억여원이 넘는 공금을 빼돌린 사례도 있었다. 한 유치원에서 벌어진 갖가지 유용금액을 합치면 10억여원을 훌쩍 넘긴 사례도 있다. 이렇게 빼돌린 돈에 대해서는 매출신고를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세금도 내지 않았다. 도시락과 주방물품 구입, 수영장 보수, 심지어 150만원 상당의 술값 지급 등 내용도 가지가지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합동감사 결과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서울과 경기 등 9개 시도에 분포한 대형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95곳을 대상으로 합동감사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91곳(유치원 54곳, 어린이집 37곳)에서 모두 609(유치원 398건, 어린이집 211건)건의 위반사항과 205억원(유치원 182억원, 어린이집 23억원)의 부당사용 금액을 적발하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중 도내에서는 원아 수 200명 이상 9곳 모두에서 지적사항 130건이 적발됐다.

비리는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고르게 나타났다. 대한민국 전역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이보다 앞서 도교육청에서 발표한 감사결과도 비슷했다. 교사들에게는 쥐꼬리만 한 월급을 지급하면서 수억 원에 이르는 이익을 챙겨가는 원장이 있었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천민자본주의가 어린이 교육 현장을 포획하고 있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는가. 경기도교육청이 내 놓은 방안은 '경기교육 투명사회협약'이다.

사립유치원들이 교육공동체의 청렴선언을 통해 지속가능한 반부패시스템을 구축해 간다는 취지라고 한다. 좋은 말이다. 당국자들의 고충은 오죽할까.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염려스럽다. 자율능력을 상실한 집단, 뼛속까지 부패에 오염된 사람들에게 과연 이같은 회복능력을 기대해도 될 것인가. 썩은 매화나무에서는 열매가 맺지 않는 법이다. 도교육청이 처방이 안이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