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곤 본사 백령도 통신원
얼마전부터 '베이비부머'(Baby Boomer)세대의 은퇴가 시작됐다. 알다시피, 베이비부머란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가족계획정책이 시행된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전쟁 직후 먹을 게 없는 상황에서 어렵게 자라난 세대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대한민국을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은 1등공신인 것이다. 산업화시대인 1970년대 말부터 민주화시대인 1980년대 초 사회생활을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한 중심축이었다.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에도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넘쳐난다. 이들이 고등학생 시절일 당시 백령도에서만 1000명이 넘게 졸업을 했을 정도다. 백령도의 베이비부머들은 이후 군청, 경찰, 세관과 같은 공직과 인천 각지에서 왕성하고 활발한 사회생활로 지역사회의 발전을 이끌었다. 그들은 인천이란 지역과 우리나라를 강철처럼 지탱해온 세대로, 대한민국의 질곡의 한 가운데서 묵묵히 살아온 우리의 선배이자 형 누나들인 것이다.

백령도의 베이비부머들은 특히 서해 최북단 섬이라는 악조건 속에 태어나 육지보다 더 혹독한 굶주림과 추위를 먼저 경험했다. 섬에는 먹을 것도 입을 것도 항상 부족했다. 그렇다고 육지에서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농사짓고 고기 잡는 수입으로는 학교 월사금을 제 때 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때만 되면 담임선생님에게 몇 번이고 불려가서 심할 때는 따귀를 맞고 욕설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꾸지람을 듣고도 백령도의 베이비부머들은 일상처럼 무덤덤하게 살아왔다. 그런 그 시대의 영웅들이 이젠 백발이 돼 한명 한명 직장을 뒤로 하고 2선으로 물러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므로 모든 업무를 수기로 배우고 출발했던 70년대 말 그들은 일을 시작했다. 그후 대한민국의 고속 성장의 현장속에서 때론 뒤처지고 때론 앞서가면서 앞만 보고 달렸다. 상사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면서 부하직원들의 푸념도 다 받아가며 하루하루 지낸세월이 멀써 30여 년이 훌쩍 지났다. 그들은 저마다의 '뻐꾸기 우는 사연'을 안고 한평생을 살다가 마침내 하나 둘 은퇴의 시기를 맞았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적은 월급봉투를 쪼개어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시집 장가 보내며 근검절약이 몸속 깊은 곳까지 배어있는 백령도의 베이비부머들. 필자는 인천을 동북아 중심도시로 발전시키고, 이 나라가 경제대국이 될 수 있는 중심에서 한 세대를 이끌어온 데 대해 진실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필자는 그들의 퇴직을 또다른 인생의 출발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들이 취업난을 겪으면서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는 바람에 노부모 부양과 함께 자녀에 대한 지출의 부담까지도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직장에서 수십 년 근무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때 두려움, 허탈감, 호기심 등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100세 시대인데 한창 팔팔한 60세에 일을 그만두는 건 개인은 물론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관계당국이 하루속히 베이비부머의 '제2의 인생'을 도와줘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도움과 함께 갑자기 일손을 놓는 정신적 허탈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선배님들의 제2의 인생에 행복의 웃음꽃이 활짝 피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