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국 대표이사

"요즘 같이 나라가 어지럽고 국민들이 힘들어 할 때 문화예술이 힐링과 치유, 사회통합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난해 4월 첫 민간전문가로 개방형공모를 통해 취임한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문화예술 역할론에 대해 강조했다. "촛불집회도 문화의 힘이고 문화는 힐링을 넘어서 사회통합의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정치인들도 문화를 소비가 아닌 복지의 개념으로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맥 하나 없이 오직 전문성으로 승부

학연, 지연 등 인맥 한명도 없이 오직 전문성 하나로 재단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 인천 출신이면서 서울 등에서 오래 활동해 온 그의 눈에 비친 수원의 문화수준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그는 "어느 나라·도시든 박물관을 보면 국격을 알 수 있는데 수원박물관에 가보면 수원의 높은 문화수준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원화성문화제'를 대표적으로 예를 들며 강한 애정도 피력했다.

올해 54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조선시대 정조대왕의 서울에서 화성까지 45㎞ 구간 능행차를 그대로 재현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거리 행사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며 대표 축제로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하지만 수원지역 문화인트라 구축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생각이다.

"수원의 70% 시민이 광교와 호매실, 영통에 거주하는데 그들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면서 "아파트 밀집지역인 이곳에 작은 생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등 문화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생태계 건강하게 구축

수원문화재단 역할은 수원의 예술진흥, 문화생태계 등을 건강하게 구축하는 것이라고 그는 확신한다. 재단이 나서 직접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재단이 뭘 만들어 따라오라고 하지 말고 작은 동네 문화운동 하나라도 '물을 주고 싹을 내고 가지를 뻗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수원의 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그는 강조한다.

수원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민의 정부' 정책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김 대표는 재단 모든 행사의 기획 단계부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진흥위원회를 꾸려 전문가와 시민대표들이 함께 계획을 짜고 사업을 심의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음악이나 연극 등 각종 행사에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가장 핵심은 시민참여다"라며 "동네 아저씨·아줌마로 직접 참여해야 진정한 축제인 만큼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봉사하고파

52년생인 김 대표는 언젠가는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가 봉사하고 싶다는 속마음도 내비쳤다.

"어릴 적 놀던 경동과 배다리, 동인천역 용동, 내동, 전동, 율목동 신포동, 자유공원, 차이나타운을 지금도 눈에 선하다"면서 "이들 지역의 근대문화유산을 기록해 보존하는 작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도 인천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인천의 오랜 유산을 증언할 수 있는 분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모두 녹취하고 이를 정리해 글로 남기는 작업이다.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에 출연했던 유명한 영화배우 장동휘씨가 동인천역에 내리면 인천 조직폭력배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그를 영접했던 모습, 해방 이후 미군이 주둔했던 부평미군지기 인근에 당시 유명 연예인들이 활동했던 모습들, 지금은 대형병원으로 성정했지만 예전 용동에서 문을 연 길산부인과가 당시 직업여성들로 인해 호황을 누리던 모습,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한국의 레닌그라드로 불릴 만큼 여운형 등 많은 지식인이 인천에서 활동했다"면서 그는 더 늦기 전에 후대에 이런 기록들을 남기고 싶다는 강한 일념을 내비쳤다.

/글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
/사진 김수연 기자 ksy9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