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정 인천남동署논현지구대
부부싸움을 하는지 이웃집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난리가 났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매서운 날씨에 떨면서 나이어린 두 자녀를 껴안고 울고 있는 피해자를 만났다. 피해자는 몽골 국적의 여성이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두 아이를 뒀다. 한국에는 아무런 연고도 없었다.
피해자에게 남편의 처벌을 원하는지 물었다. 비록 부부싸움을 한 남편이 밉지만 처벌은 바라지 않았다. 다만 잠시 떨어져 있고 싶다고 말한다.

경찰 지구대는 치안행정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부서다. 언제나 긴장감이 흐른다.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서 만났던 대부분의 피해자는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가정폭력 현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112를 누른다. 가정폭력은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찰이나 유관기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경찰은 가정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기도 하지만 피해 여성을 보호하는 활동도 한다. 여성 긴급전화(1366)로 연결시켜 주거나, 여성상담소로 안내해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 남편과 떨어져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는 피해자 몽골 여성을 경찰이 운영하고 있는 '임시숙소'로 데려다줬다. 피해자가 숙소를 이용하는 동안 자주 연락하면서 안정을 되찾도록 도왔다. 피해자가 가정으로 돌아간 뒤 전화를 했다. "남편과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동안 차분하게 대화할 준비를 했고, 덕분에 남편과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가정폭력은 단란한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다.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피해자의 마음에 새겨진 아픈 상처도 보듬어야 한다. 우리 이웃의 큰 관심은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평온한 숙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