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곤 경기만포럼(준) 사무국장
안산과 시화호는 군자만이라 불렸던 바다와 갯벌이 매립돼 조성됐다. 지금은 다 사라져 버렸지만 오늘날 시화호를 이루고 있었던 송산, 군자 일대만 하더라도 포구와 어항, 어촌마을들이 30여 개가 넘었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이 지역은 사리포구와 하얗게 쌓인 소금산염전들 그리고 해안선에 점점이 깔린 어촌마을들을 달렸던 수인선 협쾌열차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곳은 여염이 번성한 생선과 소금집이 하늘의 별처럼 깔려 있다 했는데 해안으로 이어지는 어항과 포구야말로 하늘의 별자리처럼 혈맥 같은 공간이 아닌가 싶다.

연안의 포구는 도서지역의 교역과 어로활동의 중심지다. 아울러 바다 물길 항로와 육상교통이 연결되는 바다와 내륙의 결점지이기도 하다. 서해 중남부 해역인 경기만과 옛날 '경강'이라 불리던 한강으로 연결된 강화와 인천에서 시화지역, 평택아산 일대까지 경기 서해항로와 물길을 대표해왔던 항포구들이 많았다. 포구에는 바닷물길이 중요하다. 이러한 바닷물길과 내만 깊숙이 흐르는 큰 갯골이 이어져 주요 포구들이 형성된다. 그 물길과 갯골로 고기와 어선과 뭇 생명들이 드나들었다. 경기만 일대는 크게 두 개 연안수로가 있다. 먼저 마산수로다.

남양반도와 대부도 사이를 흐르던 마산수로 초입엔 경기만 근대 3대 포구라 불리었던 화성 송산의 마산포와 안산 사리포구, 그리고 북쪽으로 인천 남동 소래포구가 있었고, 이 수로를 따라 바닷물이 송산과 비봉, 반월까지 내만 깊숙이 들어갔으며, 시흥 오이도를 지난 인천 남동쪽으로 빠져 나갔다. 이 마산수로를 막고 갯벌지역을 매립한 게 시화호다. 불과 1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이 시화호가 지역을 먹여 살릴 것이다 했으나 우린 지금 그 시화호에서 '사리포구 복원'을 꿈꾸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다른 하나는 영흥수로다. 영흥수로는 영흥도를 사이로 좌우로 강화도와 바로 인천 앞바다까지 올라가는 경기만 최고의 내륙수로다. 이 영흥수로가 낭장업 등을 비롯한 경기만 연안어업 주 현장이었으며 그 물길로 송도와 인천 북항지역, 김포 대명포구, 좁고 빠른 염하를 따라 서울로 이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바닷길이었다.

참으로 뼈저린 것은 울창한 송림과 금빛모래가 반겨주던 송도와 남동해안이 신도시로 매립되고 인천 개항장 등이 물류 항만지역으로 개발되면서 인천의 자연 해안선 등이 다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옛날 '소서노' 얘기에서 보듯이 이 지역은 서해안 풍광을 자랑할 수 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어촌으로 가장 살기 좋은 경기만 해거지역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개항시기 제물포와 함께 그 물길을 열렸던 인천 북성포구는 자연해안과 포구로서 경기만 영흥수로의 남아있는 '별자리'가 되고 있다. 마산수로를 막아 시화호를 만들고 다시 포구를 복원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성포구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먼저 포구의 공간과 삶을 지키고 살리는 일은 바다에 대한 인류학적인 삶의 성찰과 가치를 찾는 것임과 동시에 빛나는 역사적 선업을 이어가는 과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그토록 포구를 찾아다니고 구경에 열광하는 이유가 뭔가. 바다는 휘몰아치는 파도와 변화무쌍한 자연재앙으로 때론 인간이 쉬 접근할 수 없는 두려움과 모험, 미지의 '타자' 영역이다. 우리는 이러한 바다를 포구와 항구, 조업어선 등에서 바다와 치열하게 싸워 자연을 극복해가는 어민들의 삶 등을 통해 '타자'로서 경계 지움이 아니라 이웃과 문화로서 꿈틀거리는 삶으로서 만나게 된다. 바다라는 거친 자연과 햇볕과 바람에 단련된 일상이 공존하는 포구는 자연풍상과 어업생산 속에서 서정과 서사가 깃들어 있는 역사적 현장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왔던 전통적 유산이며 우리가 나가야될 오래된 미래가 된다.

아울러 북성포구는 자연해안과 갯벌의 보전과 함께 인천연안 재창조에 즈음한 인천 역사와 주민 삶의 복원에 바로미터가 돼야 한다. 연안 해양도시라 하면 바다와 해역을 포함하는데, 이에 자연해안과 갯벌, 섬과 도서해안의 보전과 관리가 중요하다. 자연해안과 갯벌은 해양도시적 맥락에서 가장 쾌적하고 안정된 도시적 자산이다. 경기만의 해안과 많은 갯벌이 매립됐지만 여전히 갯벌은 경기만 최대 아이콘이다. 대부분 인공해안으로 자연해안을 유지하지 못한 형편이기에 바다와 함께해 왔던 연안의 해양문화와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

섬과 어항 포구, 어업문화가 인천도시와 시민이 간직해 나가야 정신문화적 가치라는 점에서 범시민적 차원에서 북성포구를 지키고 살려나가야 한다. 포구와 어항을 살리는 것은 주민과 함께 해양의 삶에 근저해온 여행으로의 동참이며 우리네 삶의 생명성 회복 일뿐만 아니라 자연해안과 갯벌, 연안이 궁극적으로 인간복지 및 경제개발의 근간임을 인식하고 자연자원의 토양을 만들어가는 일이 될 것이다. 마치 녹슨 고물처럼 쓰러져 있는 북성포구가 경기만을 살리고, 인천을 살리는 해양과 문화, 관광융합의 연안문화 창조공간이 될 수 있는 꿈을 포기하지 말자.

★ 프로필
- 경기만포럼(준) 사무국장
- 연안보전네크워크 사무처장
- 대부도생태관광주민협의체 사무국장
- 경기생태관광얼라이언스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