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2연구소 등 극지타운 적극적'...인천, 무관심 때문에 보석 잃을 판
'극지연구의 메카'를 자부하던 인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제2극지연구소를 비롯한 '극지타운'을 조성하려는 부산시가 송도국제도시에 자리잡은 극지연구소의 일부 기능까지 흡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극지연구소에 대한 인천시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부산시가 제2극지연구소 조성 사업을 제안했다고 20일 밝혔다.

부산시는 2만3000㎡의 부지에 1600억여원을 들여 제2극지연구소와 극지체험관, 극지박물관 등을 갖춘 극지타운을 만들려고 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최근 부산시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았다"며 "공식 협의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부산시가 주도하면서 해수부에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2극지연구소가 생기면 인천에 자리한 극지연구소는 '반쪽짜리' 기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극 연구에 초점을 맞춘 부산시가 현재 극지연구소 역할을 나눠 가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제2쇄빙선 모항 유치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내 최초 극지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는 인천을 모항으로 삼고 있다.

부산은 수년 전부터 극지연구소에 눈독을 들였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극지연구소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지역사회가 발을 맞췄다. 하지만 이전이 여의치 않자 제2극지연구소 설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한 내용은 없다"면서도 "부산뿐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극지연구소 기능을 가져가려고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남극·북극 연구를 총괄하는 극지연구소는 2006년 인천에 터를 잡았다. 2013년에는 송도국제도시에 지어진 신청사로 입주했다. 인천이 극지연구 중심지로 자리잡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역 차원의 관심은 걸음마 단계다. 부지 임대 정도를 제외하면 인천시의 지원이 거의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인천 출신의 최초 극지연구소장'인 윤호일 소장은 최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시는 극지연구소의 가치를 안다. 반면 인천시는 보석을 바로 앞에 두고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일보 1월6일자 14면>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이 극지연구에 관심을 보이는 건 고무적이다. 자유한국당 안상수(중동강화옹진) 의원은 지난해 말 '극지활동 진흥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정부가 극지연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한국극지연구원을 설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기관으로 있는 극지연구소 기능과 조직을 키우려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심사 중인 이 법안에는 바른정당 홍일표(남구갑)·이학재(서구갑) 의원, 자유한국당 정유섭(부평갑)·민경욱(연수을)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