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도곤 구월중 체육교사, 눈 내리는 날 먼저 학교
에차에 쇠막대 매달고 운동장 돌아 … 맑은날에도 봉사
▲ 류도곤 구월중학교 체육교사.

눈이 많이 내린 올 1월20일 새벽 5시쯤.

인천 남동구 구월중학교 운동장에 겨울방학의 정적을 깨는 엔진 소리가 울렸다. 차량 뒤에는 긴 막대같은 것을 매단 하얀색 차량이 운동장을 빙글빙글 돌며 눈을 치우고 있었다(사진). 쌓인 눈이 금세 정리되고 말았다.

차량 주인공은 바로 운동장과 사랑에 빠진 류도곤(53) 구월중 체육교사다.

류 교사는 눈이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누구보다 먼저 학교로 향한다.

새벽부터 학교를 찾는 이유는 뭘까.

"구월중은 고층 아파트로 둘러 싸여 있어서 눈을 치우지 않으면 3월에도 운동장을 쓸 수 없게 됩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하는 학생들이 교실에만 있는 게 안타깝고, 눈 위에서 놀다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치우기 시작했어요."

이렇다 보니 차량에 나름 눈을 치울 특수 장비를 설치하기도 했다.

"송림동 공구상가에서 '빈'이라고 불리는 4m 길이의 쇠 막대를 10여만원에 구입했어요. 그리고 차량 정비소에 가서 차 트렁크 밑에 갈고리 같은 것을 용접한 뒤, 견인 고리를 구해 빈을 밧줄로 묶어 차에 매달았지요."

그는 "별거 아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류 교사의 운동장 사랑은 눈이 오지 않아도 계속된다. 눈 내린 날뿐 아니라 맑은 날에도 운동장을 돌며 돌부리를 뽑아내거나 남동구청에서 너무 낡아 버린다는 농구대를 가져와 수리한 뒤 학교 운동장에 설치했다. 혹 공이 밖으로 튀어 나갈까 그물을 쳐달라고 학교에 요구하기도 했다.

모두 특별한 계기 없이 '그냥' 하는 일이다.

류 교사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뛰어 놀며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며 "학생들이 체육활동할 때 다치지 않게끔 하는 일이 제 일이니까요"라고 말했다.


/황은우 기자 he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