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윤 가평군의회 의원
'불은 좋은 하인이자 나쁜 주인'이라는 서양속담이 있다. 이는 불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유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평소방서 제공 화재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4만3000여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그 중 임야에서의 화재는 2736건으로 약 6.3%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경기도로 범위를 좁혀보면 전체 화재발생건수가 약 1만여건이고, 임야화재는 998건으로 약 10%에 달한다.

특히 가평군에서 발생한 임야화재는 총 163건으로 경기도 전체의 16%를 차지, 도내 31개 시·군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또 최근 3년 간 가평의 임야화재는 2014년 137건, 2015년 151건, 2016년 163건으로 증가추세를 보여 더욱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가평소방서 및 가평군은 다년 간 협업을 통해 임야화재로 인한 군민의 피해를 막고자 다각적인 화재예방 홍보를 해왔다. 그럼에도 임야화재가 줄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농촌의 인력부족과 논·밭두렁을 태워 병해충을 방제하려는 잘못된 상식과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돌발해충 관리요령으로 과수의 줄기나 어린가지를 잘라내 소각하거나 철저한 소독과 예방적 방제를 강조하고 있고,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자료에서는 주요 병해충 관리요령으로 작물별 생육온도 및 시설하우스 환경개선을 강조하면서 피해 입은 가지는 잘라내 소각처리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료는 무분별한 소각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발생한 나무에 대한 사후조치로 선별적인 소각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 무조건적인 소각은 병해충의 천적인 거미, 톡톡이 등 이로운 벌레가 대부분 죽어버려 병해충 방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농가들은 무조건적인 소각은 가급적 자제하고, 만일 병충해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소방서, 군 등 관계기관에 사전에 연락을 취해 담당공무원 입회하에 인근 농가들과 함께 공동소각을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 할 수 있다. 산림보호법 시행규칙 제28조에 따르면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 위치한 토지는 소각 등 행위가 제한되며 필요시 불놓기 허가신청서를 군수 등에게 마을단위로 제출하게 돼 있다. 그리고 경기도 화재안전조례 제6조에 따르면 화재로 오인할 만한 행위를 사전에 신고하지 않고 실시, 소방자동차를 출동하게 한 사람에게는 2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임야화재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지만 인재는 막을 수 있다. 건조기 논·밭두렁을 태우다 불길이 커지면 산불로 확대되고 검게 그을린 산은 다시 복원하는 데만 100년의 세월이 걸린다. 또 농촌지역 고령화로 화재발생 시 당황한 노인들이 혼자 불을 끄려다 심장발작을 일으키거나 연기흡입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나마 산림은 복원이 되지만 화재로 인해 가족을 잃는다면 이는 다시 복구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명심해 소방서 및 가평군 등 관계당국의 홍보활동과 계도, 화재안전에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농업폐기물을 소각하다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