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경 남양주경찰서 경사
급박한 목소리에 우리 경찰서의 모든 순찰차와 형사를 긴급배치하고 인접 6개 경찰서에 공조요청을 하는 등 신고자가 말한 용의차량을 검거하기 위해 가용 가능한 경찰력을 모두 투입했다. 1시간 가량 용의차량 추적했으나 확인 결과 남편이 자신의 빚 때문에 아내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내기 위한 자작극임이 확인됐다. 허탈함과 실제로 신고자가 피해를 당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감 등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3년 전 본인이 형사 강력팀에 근무하던 때, 새벽에 노상에서 강도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었다. 접수 직후 관할 파출소, 형사 4개 팀, 타격대 등 50여명의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해 신고자를 만나고 강도범을 검거하기 위해 2시간 가량 수색을 벌였다.
확인 결과 신고자가 새벽시간에 파출소에서 잠을 자기 위해 허위신고 한 것이었다.
과거에 장난·허위신고는 웃고 넘어갈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단순한 주의를 주면서 계도조치 만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허위신고로 인해 경찰력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면서 최근에는 허위신고자 대부분을 형사처벌하고 있다.
허위신고는 6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의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돼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특히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한 명백한 범죄행위다.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에서 여러번 거짓말을 한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아 실제 위험이 닥쳤을 때 마을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은 것처럼 허위신고를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실제 자신 또는 가족이 긴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경찰에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허위신고로 상당한 경찰력이 투입된 경우, 정작 그 시간에 정말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긴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한정된 경찰력으로 인해 출동이 지연돼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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