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정가제를 기점으로 불어오기 시작한 동네서점의 변화가 볼만하다.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한 각 지자체들의 노력이 진화를 거듭해 가는 데 따른 변화다. 이 변화가 과연 시민들에게 좀 더 책과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동네 서점이 마을문화의 거점으로 위치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각 지자체의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은 2015년을 전후로 시작됐다. 그때까지는 동네서점들이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구매하기 쉽고, 할인율도 높은 인터넷 서점이 크게 성장하던 시기이다. 마침내 도서정가제가 시작되면서 시립도서관 등 공공의 자금으로 구입하는 도서만이라도 지역서점에서 구입해보자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조례를 통해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에 앞장섰다. 이후로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은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용인시와 부천시에서 시행하는 희망도서대출제가 바로 이 기분 좋은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최근 용인에서 시작한 도서대출제는 그야말로 획기적이다. 동네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해 읽은 후 도서관에 반납하면 책값을 내주는 제도이다. 시민 누구라도 읽고 싶은 책을 예산으로 구입해 읽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대담한 발상이라 아닌가. 동네서점도 살리고, 또 시민들에게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다.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부천시에서 시행하는 방식은 용인시와 조금 다르다. 시민이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입한 후 구매영수증을 서점에 기부하면 서점은 1%의 포인트를 적립해 시립도서관에 책으로 후원하는 서비스다. 이름 하여 나눔 북뱅크 사업이다.

서점들은 시립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문화행사에 함께 한다. 작가와의 만남이 대표적이다. 굳이 시립도서관까지 가지 않고도 동네서점에서 작가들을 볼 수도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동네서점의 역할은 단순한 책방으로서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주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와 교류의 거점이요, 훌륭한 복합문화 공간이다. 마을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나누고 또 기록도 할 수 있는 공간이며, 동시에 시민들의 문화적 소양을 공급하는 지식생산 공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