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훈련 도중 사고를 당해 국군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의병제대를 했다면, 누가 치료를 해주어야 하는가. 마땅히 국가가 맡아서 치료를 해주어야 하고 그에 따른 치료비를 부담해야 맞다. 적어도 상식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방부 훈령 제 51조 '진료 미종결 전역자 진료'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진료 미종결 전역자는 의병제대 이후 6개월까지만 현역병과 동일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무수행 중 얻은 희귀병으로 의병제대 한 후 병원비를 걱정하는 육진훤(22)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16일 본보를 통해 소개됐다. 육씨는 입대 후 1군단에서 근무 중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판정을 받아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치료는 의병제대 후에도 한동안 계속됐지만 얼마 전 병원으로부터 퇴원 통보를 받았다. 제대 후 6개월까지만 허용하는 훈령에 따른 조치였다. 6개월 이후에는 보훈병원을 이용할 수 있지만 국가보훈처의 보훈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육씨가 앓고 있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일명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으로 알려져 있다 한다. 현재까지는 확실한 치료방법이 없고, 증상 발현 이후 조기치료가 중요한 병이다. 육씨의 경우 지난 1년여 간의 치료로 병이 호전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언뜻 보기에도 치료를 중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비도 문제다. 군에서 치료를 받는 중에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로 1억여원 가까이를 썼다고 한다.

희귀병과 관련한 정형, 내분비, 마취통증, 신경정신 등 외부진료비 상당액을 본인이 분담해왔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보훈심사를 받아 통과할 때까지, 운이 나빠 이마저도 탈락하면 완치될 때까지의 막대한 진료비 부담을 가족이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육씨 같은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치료비는 또 얼마나 소요되는지, 통계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게 얼마든 적어도 군 입대 후에 발생한 병의 치료와 치료비 정도는 마땅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20대, 그 왕성하고 할 일 많은 나이에 나라를 위해 헌신한 장병들에 대한 국가의 마땅한 도리요, 애국심을 끌어 올리는 중요한 방편이다. 훈령을 개정하거나 법을 고쳐서라도 현실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군이 아니라 정부나 정치권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