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고등학교의 저녁급식을 중지하자는 교육청의 방침을 놓고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도교육청은 이같은 일부의 의견을 반영해 석식 제공 여부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고 한다. 하지만 도내 고교 333개 교 중에서 72개교(22%)만 석식을 제공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80개 교(84%)가 석식을 제공한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셈이다. 우리는 먼저 다수 학교들의 점진적인 변화와 변화를 수용한 결정에 찬성한다. 그러나 석식제공을 고집하는 학교들의 결정 또한 존중한다.

우리에겐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 경과시간을 거치면서 나름의 기준을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안이든 서로 다른 의견은 있게 마련이다. 급식문제 역시 찬반의견이 있을 수 있고, 어쩌면 더 첨예한 의견대립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사안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학교급식의 본질은 무엇인가. 역시 교육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고, 그것은 당연히 가장 필요한 교육의 대상이다. 석식을 제공하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당연히 어떤 게 더 교육적인가를 중심에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믿는다. 석식제공 여부를 판단하는 각급 학교들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요인이 위생 및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성 여부였던 것 같다. 급식사고 워낙 중요하고 마땅히 고려해야할 사안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바로 시간운용에 대한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적 태도가 아닐까 싶다.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주도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고, 성공적으로 자기 삶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아이들의 저녁을 가족들에게 돌려주는 행위야말로 가장 교육적인 태도요, 좀 더 훌륭한 선택이다. 창의교육의 본질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지식과 정보의 활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결국 자기 삶의 주도성을 확보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