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자치분권대학'이 시흥시를 비롯한 전국 27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오는 3월부터 차례로 개설한다. 지난 2012년부터 운영해온 시흥아카데미의 경험이 모델이 됐다고 한다. 시흥아카데미는 지금까지 1592명의 수강생을 배출하고, 유투브에 올린 강의영상은 조회 수 80만 건을 넘어서는 큰 성공을 거뒀다. 자치분권지방자치협의회가 시흥시의 아카데미 운영경험과 성과를 자산으로 이를 새롭게 조직화해 전국적으로 확대해 가기로 한 것이다.

지방자치대학이나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그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로 자치단체나 시민사회에서 진행하는 강좌들이 산발적으로 사례는 많이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이어오며 성과를 드러낸 곳은 많지 않았다. 이번에 새롭게 만드는 자치분권대학이 기대를 갖게 하는 점은 바로 이런 대목이다. 확실한 성과를 드러냈던 시흥시의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실행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치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확실히 다르다.

자치분권대학이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실천하는 진정한 학습기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방자치를 포함해 민주주의만큼 오해가 많은 정치제도도 드물다. 흔한 말로 "국민들에게 정치에 관심두지 않게 하는 정치가 가장 훌륭하다"는 말이 그렇다. "먹기 살기 편하면 (정치에)관심가질 일이 없다"는 말 또한 같은 뜻이다. 바로 이런 오해 때문에 대의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국민은 대표자를 뽑는 투표에 참가하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정치의 소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저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오늘날에도 민주주의의 표현하는 불가분의 금언이다. 이른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민주주의다. 우리의 오해는 이 중에 '국민을 위한' 정치가 민주주의의 모든 요소라고 착각하는 데 있다. 국민을 위해서 하되, 국민이 직접 주체가 되는 정치를 우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자치분권대학이 지향하는 바가 여기에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모여 모처럼 기획한 자치분권대학이 우리 민주주의를 심화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며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