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편집국 부국장
문화와 돈은 어떤 상관성이 있을까. 문화예술인들은 왜 관객·관람객이 넘쳐나는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지원만 해달라고 아우성 치는 걸까. 좋은 작품을 내놓으면 천리 밖에서도 찾아올텐데 많은 예술가들이 스폰서십을 찾아 나서고, 메세나에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예술경영학 연구자인 보몰(Boumol)과 보웬(Bowen)은 예술의 경제적 특성을 이렇게 규정했다. "산업혁명 이후 생산기술 발달에 따라 노동집약적 상품의 원가는 점차 하락했지만, 문화예술과 같은 노동집약적 상품의 원가는 계속 상승했다. 그러다 보니 일반상품과 문화예술의 인플레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에서 문화예술은 누군가 지원을 통해 적자부분을 메꾸어주지 않으면 소멸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입장료 수입만으로 제작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예술단체들이 가난하면 관객수준에 못 미치는 작품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연극의 예를 들어보자. 한 편의 작품을 제작하려면 연극대본부터 배우개런티, 무대미술, 세트, 의상, 소품에 이르기까지 과정 하나하나가 다 돈이다. 사업비가 충분하면 모든 과정을 A급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고 시설의 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한 충분한 마케팅과 홍보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자원봉사'를 하는 마음가짐으로, 짜고 짜 내어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대형 무대를 선호하는 관객들을 만족시키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공연계가 다양한 철학과 영혼이 담긴 순수예술을 거부하고 실험성과 창의성이 배제된 스타시스템 활용을 통해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려는 것도 흥행성공을 위해서다. 이럴 경우 작품의 질적 저하와 관객의 외면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험성과 모험성이 강한 순수예술을 시장에만 맡긴다면 흥행이 보장된 작품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뮤지컬 '맘마미아'나 '영웅' 같은 작품과 인천의 한 독립극단의 창작품은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천사람들이 맘마미아나 영웅만 보러 간다면 인천의 독립극단은 마침내 고사할 게 뻔하다.
그러면 결국 인천문화예술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인천의 역사·정서를 담은 작품은 만나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인천문화예술의 경쟁력 저하과 인천시민들의 문화향유권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창단 이래 '대통령상'을 2번이나 수상한 인천연극협회가 수년 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턱없이 낮은 문화예산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절실한 것은 이같은 '문화쏠림' 현상을 극복해 문화예술이 고루 발전시키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권을 주기 위해서다.

순수예술의 경우 기업과 중앙정부·시정부의 지원은 더욱 절실하다. 영화나 케이팝(K-pop) 같은 대중문화는 상대적으로 수요자가 많지만 순수예술의 경우 가족이나 지인이 수요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지와 같은 다른 분야도 많은데 굳이 문화예술을 왜 지원해야 하는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이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교육이나 의료, 환경과 마찬가지로 문화예술은 우리사회 '공익'에 기여하는 분야로 인식해야 한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며, 문화예술은 삶에 지쳐 황폐하고 공허해진 인간의 가슴을 위무하고 살아갈 용기를 심어준다.

굳이 돈을 들여 소설책을 들춰보고, 영화관에 발걸음을 하며, 연주장을 찾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사람은 기분에 따라 일을 성공시킬 수도 있고, 그르칠 수도 있다. 세계의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 대통령을 초청해 자신들의 문화유산과 전통문화예술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는 이유는 외교적 성공을 위한 것이다.

예술적 열정만으로 살다 비참하게 사라져간 문화예술인들의 현실도 지원의 충분한 명분이 된다. 몇 년 전, 전도유망한 시나리오 작가가 굶주림으로 아사하고, 20년 이상 연극무대를 누볐던 관록파 연극배우가 한달 20만~30만원의 돈을 받다가 자살한 사건은 우리 문화계 현실을 잘 보여준다. 그나마 코딱지만한 문화예산을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문화예술블랙리스트까지 작성하며 쥐락펴락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전체예산의 1% 미만이던 인천시 문화예산이 올해 2%로 증액됐다. 넉넉하진 않지만 일취월장한 결과이고 앞으로 3%, 5% 계속 늘려가길 바란다. 예산이 늘어난 만큼 인천의 문화예술이 좋아지고 인천시민의 문화향유권도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