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갖은 폭언과 욕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간혹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선생님에게 대들거나 주먹질을 해대는 학생들을 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발표한 교권침해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교사들이 상시적인 폭행에 시달리고 있었고, 더구나 폭행을 당하고도 묵인으로 일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은 지난해 6~7월 동안 도내 초중고 95곳을 대상으로 최근 1년 간의 교권침해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교권침해를 직접 경험했다고 밝힌 공립학교 교사는 전체 응답자 651명 가운데 189명(29.0%), 사립학교 교사는 270명 중 77명(28.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급별로는 초등교사 164명 중 34명(20.7%), 중학교 248명 중 57(23.0%), 고등학교 175명 중 175명(34.4%)에 이른다. 학생과 학부모들에 의한 교권침해가 많았지만 동료교사들에 의해서도 저질러졌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면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교권침해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며, 일상화 된 일인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더 기가 막힌 일은 교사들의 '침묵'이다.

교권침해를 직접 당하고도 묵인했다는 교사가 50.7%에 이른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를 묵인했다는 교사는 23.6%,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를 묵인하는 사례는 무려 84.6%에 달한다. 이처럼 일상화 하는 교권침해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묵인하고 넘어가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결과를 유추하자면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다. 교사로서 부끄럽거나 귀찮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고, 그리 해봤자 자신만 손해 본다거나 시끄러워 지는 게 두려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하나의 문화로 또는 거부할 수 없는 현상으로 자리잡아가는 일이다. 예전처럼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시대는 지났다.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 교감할 수 있어야 하고 상호 소중한 인격체로서 존중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면 교육받아야 하고, 훈련이 필요하다면 훈련받아야 한다. 통칭하여 민주주의다. 이런 과정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 필요한 시간 안에 우리가 할 일은 '묵인'이 아니라 적극적인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