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홍보와 예약을 통해 승객을 모집한 크루즈가 출항 하루 전에 돌연 배를 돌리는 황당한 일이 인천항에서 벌어졌다. 중국 상하이와 일본 가고시마를 돌아오는, 색다른 선상여행의 경험에 부풀었던 승객들의 꿈은 하루아침에 날아갔다.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인천항을 모항으로 첫 출항하는 역사적인 이번 크루즈를 계기로 크루즈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려던 인천시의 희망도 가물가물해졌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11만4000t급 크루즈 '코스타세레나'호는 당초 어제 인천항을 출항할 예정이었다. 6박7일 간 상하이와 가고시마를 거쳐 13일 귀항하는 일정이었으나 출항 하루 전인 6일 오후 3시쯤 인천항만공사에 공문을 보내 '운항 취소' 사실을 통보해왔다. 이유인즉 선사와 크루즈를 전세한 국내 여행사 간 금전문제였다. 모객이 부진하다보니 여행사가 선사에 잔금 지급을 못하게 되자 선사 측이 상하이에서 인천으로 오던 선박을 공해 상에서 회항시켜 버린 것이다. 기대와는 달리 승객 모객은 지지부진했다. 가격을 대폭 낮추는 등 마케팅에 안간힘을 썼으나 최종 예약 승객은 1915명이었다. 당초 여행사 측이 예상했던 3000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렇다보니 유동성문제가 발생했고, 이 것이 결국 '출항 하루 전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첫 항차부터 만선을 한다면 더이상 바랄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든, 열차든, 다른 선박이든 어떻게 매번 그럴 수 있겠는가.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모객 부진'운운 하며 2000명 가까운 승객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친 선사나 여행사 측의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인천항 크루즈에 연초부터 악재가 겹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관련 크루즈의 입항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터졌다. 인천시와 항만공사는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예약 승객들의 분통 터지는 마음까지야 치유할 수 없겠지만 환불 등 조치가 신속이 이뤄지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크루즈 모항' 인천의 꿈은 요원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