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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조직폭력배들을 사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이 현지 경찰관들의 한국인 사업가 납치·살해 사건에 한국 조폭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한 데 이은 것이다.

한국 조폭을 연일 거론해 이 사건에 대한 필리핀 사법당국의 책임을 덜면서 사회적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물타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주말 자신의 고향인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조폭이 세부에서 매춘, 불법 마약, 납치에 간여하고 있다는 정보를 보고받았다"며 "그들이 외국인이라고 해서 특권을 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매춘업, 마약 매매 등 불법 행위를 하는 한국인들을 필리핀 범죄자처럼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마약단속 현장에서 마약용의자 사살이 속출하는 필리핀에서 한국 조폭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세부는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필리핀 중부의 대표 휴양지로, 2만 명 이상의 우리 교민이 있다.

앞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작년 10월 발생한 경찰관들의 한국인 지모(사망 당시 53세) 씨 납치·사건과 관련, 그 배후에 한국 조폭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서로 경쟁하는 한국인 범죄 조직들이 있다"며 "아직 이들의 연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사법당국 관계자와 정부 관료, 한국인 등으로 구성된 조직이 온라인 도박업체로부터 상납을 받아오다가 이 도박업체에 인력을 공급하던 지 씨가 상납을 거부하자 경찰관을 동원, 납치·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필리핀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경찰청장 출신의 판필로 락손 상원의원은 한국 조폭 배후설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면서 경찰관들의 범행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의 일부 한국 교민들은 두테르테 정부가 지 씨 사건으로 강한 비난을 받자 이를 조금이라도 모면하려고 한국 조폭 문제를 거론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