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집 발간중구·동구 무대 성장기 그려내
새벽마다 골목을 비질하며 살아온/칠십육 세 이병환 옹/평생 신농종묘상을 붙잡고 다 늙었네/동인천역에서 배다리로 가는 길목 청과물시장 건너/길바닥에 내놓은 온갖 모종에 흠뻑 물을 주며…. <류인채 시 '이병환 옹' 중에서>

인천을 노래하는 시인 류인채(56)가 인천의 진한 향취가 배어나는 자신의 세 번째 시집 '거북이의 처세술'(도서출판 황금알·128쪽)을 세상에 내놨다.

1970~90년대 인천의 중심지였던 지금의 중구와 동구 일원을 무대로 자신의 성장기와 오버랩된 인천의 당시 모습을 담아냈다. 사춘기 때 언니·남동생과 함께 자취했던 중구 경동 풍경을 담은 '애관극장 그 골목집', 해군과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동인천역의 모습을 새긴 '동인천역', 동인천 마지막 종묘상 이병환 할아버지의 일상을 묘사한 '이병환 옹' 등이 대표적이다. 강화에 정착한 시인을 소개한 '농부 시인 김종옥', 개발 열풍에 사라진 구월동 붉은마을의 낯선 풍광을 서술한 '난데없는 좌회전' 등도 눈길을 끈다. 시마다 류인채의 진한 인천사랑이 묻어난다. 이번 시집을 펴낸 소감을 묻자 뜻밖의 대답이 되돌아온다.

"내가 발 딛고 서있는 인천과 이웃, 가족을 바라보면서 깊은 곳에서 우러난 시심을 시로 옮겨을 뿐입니다. 시인이 시로 말할 뿐 더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요?"

충남 청양에서 태어나 고교 진학과 함께 인천에 뿌리를 내린 류 시인은 인천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딴 재원. 1998년 시집 '나는 가시연꽃이 그립다'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14년 시집 '소리의 거처'로 인천문학상을 받았다. 같은 해 제 5회 '문학청춘' 시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현재 경인교대에서 '시 문학론'을, 성결대에서 '기초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글·사진 윤관옥 기자 oky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