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주민 인천에 2450명…"그들의 등대 되고파"
▲ 박대현(25) 우리온 대표가 우리온의 발자취를 설명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아버지와 누나, 형 등 가족이 북한에 있어 신변보호 문제로 얼굴을 공개할 수 없는 상태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북한이탈주민 거주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2015년 6월 기준으로는 국내 거주 북한이탈주민 총 2만602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만6695명(64.0%)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인천은 2450명(9.0%)의 탈북민이 거주해 경기(29.0%, 7497명)와 서울(26.0%, 6748명)에 이어 전국에서 세번째로 탈북민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인천시는 2009년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북한이탈주민지원 지역협의회 103곳과 인천하나센터 한 곳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센터는 탈북민들이 남한에 입국해 하나원에서 3개월간의 사회적응교육을 마친 후 거주지를 배정받아 남한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적응과 주민교류, 초기집중교육 등 지원하는 곳이다. 이와 함께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 등을 비롯 수많은 공공기관이 탈북민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남북커뮤니티 우리온(woorion.net)은 이같이 탈북민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에 관한 정보를 한데 모아 제공하는 웹 커뮤니티다. 박대현(25) 우리온 대표가 탈북민 친구 박수향(25)씨와 2015년 8월 설립한 것이 시작이 됐다.

박 대표는 2007년 4월 외할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서 온 박 대표는 17살 어린 나이에 한국에 들어와 이북생활 10년차를 맞이하는 헌내기 탈북민이다.

그가 우리온을 만들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는 탈북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관한 기사를 보고 나서다. 탈북민 5명 가운데 1명은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내용을 접한 박 대표는 같은 곳에 고향을 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들의 외로움을 함께 하고, 필요한 정보를 서로 나누는 방법을 고안했다.

친구 정수향씨와 이같은 문제에 공감해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우리온을 설립했다. 의료지원, 교육지원, 취업지원, 주택문제 관련지원, 심리적 지원, 경제적 지원 등 40여개 기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다양한 탈북민 지원 정보들을 모아 우리온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남한청년 유진범(37) 서울 주는교회 목사가 합류하며 본격 우리온 운영이 시작됐다. 1년 만에 일일 방문자는 1200여명, 조회수 7000여회, 국내 탈북민의 6분의 1에 이르는 5500여명의 탈북민 회원수를 자랑하는 알짜배기 정보 네트워크로 거듭났다. 북한에 고향을 둔 이들에게 정보 네트워크가 얼마나 절실했는지 보여주는 놀라운 증가세다.

"북한을 떠난 사람들은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쳤는데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정보가 없어요. 남한에서 살기 위해 집도 있어야 하고, 일자리도 구해야 하는데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너무 어려운 거에요. 그리고 외로움. 경제적인 것들은 제가 도와드릴 수 없지만, 외로움은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멘토링 서비스를 하게 됐죠."

우리온은 박 대표가 좋아하는 두 단어의 합성어다. 공동체를 느낄 수 있는 단어 '우리'와 불을 켜다는 영어 단어 'on'.

"제가 불이 없는 곳에서 왔잖아요. 그래서 영어단어로 불을 켜다 할 때 'on'을 붙여서, 북한이탈주민에게 환하게 불이 켜졌다는 뜻에서 우리온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취업과 진로, 법률과 금융, 그리고 의료 등 전문 상담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SNS를 통해 무료상담을 진행하는 멘토링 서비스, 북한의 맛을 담은 반찬을 비롯 각종 생활용품 나눔, 남북청년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며 하나가 되는 남북청년토크 등 우리온의 역할은 다양하다.

"저는 우리온이 통일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길 바라요. 사람을 잇고, 꿈을 잇고, 통일을 잇는 그런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북한에 고향을 둔 청년 박대현 대표의 이야기다.

/글·사진 황은우 기자 he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