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가족 분노 폭발…"희생자들, 늑장대응으로 죽임 당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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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이탈리아 중부 산간 지방의 호텔에 거대한 눈사태가 덮쳐 6명이 죽고 23명이 실종된 가운데 재난 발생 닷새 만에 강아지 3마리가 구조됐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23일 '리고피아노' 호텔의 잔햇더미에서 강아지 3마리가 극적으로 생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닷새 간 차가운 눈속에 갇혀 있었지만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 지역 품종인 아브루초 셰퍼드로 이들의 부모견은 눈사태 당시 호텔을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눈사태 호텔에서 생명체가 구조된 것은 지난 21일 새벽, 재난 58시간 만에 성인 남녀 4명이 구조된 지 이틀 만이다. 현재까지 이 호텔에서는 눈사태 당시 호텔 밖에 나와 있던 남성 2명과 눈더미 밑에 매몰돼 있다 구출된 투숙객 9명 등 총 11명이 구조됐다.

무려 12만t의 눈더미가 시속 100㎞의 속도로 쏟아져 내리며 붕괴된 호텔에서 닷새 만에 생명체가 살아 돌아오자 호텔 내 '에어 포켓'에 생존자가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도 커지고 있다.
 
숨 쉴 공기가 남아 있는 빈 공간에 실종자들이 머물고 있다면 주변의 눈으로 갈증을 해소하며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생환한 사람들도 "눈을 먹고 갈증을 해소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루카 카리 소방청 대변인은 "눈더미가 호텔 전역에 도달하지 않아, 공기가 존재하는 '에어 포켓'에 실종자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리 대변인은 그러나 '골든 타임'이 이미 지난 것을 의식한 듯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나 환경이 여의치 못하다.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현장에는 폭설로 끊어진 길을 뚫고 굴착기 등 중장비가 도착했으나 중장비를 사용할 경우 호텔에 추가 붕괴가 일어나 생존자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직 작업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구조대는 여전히 삽과 톱, 도끼, 맨손 등 기본적인 장비만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수색·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한편, 눈사태 초기에 이뤄진 신고를 지방 정부가 몇 시간 동안 묵살하는 바람에 구조가 늦어졌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재난에 대한 '늑장 대응' 조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호텔이 위치한 페린돌라 마을이 소속된 페스카라 현 검찰은 눈사태 당일에 눈사태 경보가 발령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 투숙객에 대한 사전 대피가 왜 진행되지 않았는지를 살피고 있다.

또, 해당 호텔 대표가 사고 당일 폭설로 끊긴 호텔 진입로의 눈을 치우기 위한 제설차를 보내 달라고 지역 재난 당국에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사태가 날 때까지 이 요청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희생자 가족들은 당국의 사고 대응에 대한 거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 실종자의 아버지는 지난 18일 네 차례의 '규모 5' 이상의 지진으로 촉발된 눈사태 당시 투숙객들이 폭설에 진입로가 차단된 탓에 체크아웃을 하고도 로비에서 기다리다 변을 당한 것을 지적하며 "희생자들은 눈사태로 죽은 것이 아니라 (당국의 늑장대응으로)죽임을 당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