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서 공간조성 공감대...어구훼손 피해최소화 조건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마스코트 점박이물범이 내년이면 백령도 인공 쉼터에서 따뜻한 봄을 맞을 전망이다. 정부와 인천시는 어민들과 공감대를 이뤄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인천시는 18일 옹진군 백령면사무소에서 점박이물범 인공 휴식지 조성을 위한 주민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백령도 주민 대표 5명과 해양수산부·해양환경관리공단·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정부와 백령도 어촌계는 지난해 8월 이후 반년여 만에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인공 휴식지 설치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어구 훼손 등 점박이물범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으려면 추가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시 관계자는 "지난번 간담회보다 논의가 진전됐다"면서도 "어민 의견을 좀 더 듣고 설득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해수부는 2015년 '황해 점박이물범 종합관리계획'을 통해 국내 최대 서식지인 백령도에 인공 휴식지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오리건주와 샌프란시스코의 사례를 본따 백령도 인근 해역에 갑판과 비슷한 형태의 휴식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점박이물범이 주로 찾는 물범바위·하늬바다·연봉바위 등지가 밀물 때 상당 부분 물에 잠기는 탓이다.

해수부는 올해 1억원을 들여 인공 휴식지를 설계하고, 내년 예산 18억원을 투입해 공사하기로 했다. 올해 해수부 업무계획에도 "서해 대표 해양생물인 점박이물범의 개체 수 회복 사업을 펼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백령도 어민들은 점박이물범 인공 쉼터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점박이물범이 많아지면 어구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고, 어획량도 줄어든다는 우려 때문이다. 백령도 인근 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도 같은 이유로 멈춰서 있다.

백령도를 찾는 점박이물범 개체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를 보면 2002년 340마리였던 백령도 점박이물범은 2010년 193마리, 2011년 246마리로 줄었다.

점박이물범은 겨울을 중국 발해(渤海·보하이) 해역에서 보내고, 봄부터 가을까지 백령도에 머문다. 천연기념물 제331호인 점박이물범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멸종위기 포유류로 지정돼 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