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열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책위 간사·문학박사
인천시민들은 경인고속도로가 만성 정체로 인해 고속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뿐만 아니라 1968년 개통된 뒤로 고속도로 건설 비용 등 여러 면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았기에 통행료를 받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10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처럼 인천시민들은 애당초 경인고속도로 통행료를 내지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각종 선거 기간에는 늘 이슈가 된 어젠다였다. 결국 최근 국토부가 서인천나들목~서울신월나들목 11.66㎞ 구간의 지하화를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현재 운행 중인 경인고속도로는 일반도로로 전환되고, 통행료는 2025년 지하화 구간이 개통되면 내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날 예정이다.

그러나 인천시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는 내지 않는 것으로 관철된 것이 아니다. 결국은 더 큰 문제를 인천시민들에게 안겼다. 문제는 지하화가 되는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에서는 실제 통행료가 1800원~2000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하화 구간으로는 대형차량이 통행하지 못하고 소행차만 다닐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놓았다. 이렇다 보니 인천시민들이 오랜 세월 동안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온 서울로 가는 통행료를 결국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다른 방식으로 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인천시민들의 입장에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문제를 바라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서울을 중심에 두면서 또 다른 개발 바람을 일으켜 민간토건개발업자들의 이익을 챙겨주는 근대적 방식을 여전히 선택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경인고속도로에서 인천과 인천시민들은 정부입장에서는 여전히 고려의 대상도 안 된다는 사실을 씁쓸하지만 확인하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통행료인데, 정부는 통행료를 지하화 구간을 통해서 인천시민들에게서 받겠다고 한 셈이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고, 거기에 덩달아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구간을 개발하려는 청사진을 인천시민들에게 내놓았다. 정부가 지하화라는 개발에 더해서, 인천시는 일반화 구간이 남북으로 단절된 인천의 도시 기능을 되살려낸다는 명분을 내세워 개발의지를 밝혔다. 주객이 전도된 것은 아닌가 싶다.
인천시민들은 통행료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 요구였는데, 이 요구는 온 데 간 데 없고, 인천시는 한 술 더 떠 개발을 통한 청사진을 인천시민들에게 던지면서 원래 취지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인고속도로는 1968년에 개통된 뒤로 이 주변을 통해서 인천의 도시 밑그림이 그려졌다고 할 수 있다. 처음 경인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이는 인천시민들에게 물어보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산물이 경인고속도로였다. 국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놓여 진 경인고속도로를 인천시민들은 탄력적으로 이용해서 살아 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동네들과 마을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현재 경인고속도로는 인천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만큼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랫 동안 습관화되고 익숙해진 장소들이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구간의 개발로 인해 다시 흐트러지는 결과를 낳게 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인천시는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구간을 제외한 곳에도 지하화하거나 개발해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인천시가 도화나들목~가좌나들목까지도 지하화하는 방안을 내놓아 일이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도 없이 우선 그림만을 그려서 인천시민들에게 무작정 정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인천시의 도시정책이 있기는 한지 의문이 들 정도다.

재원 마련도 난제이긴 하지만, 경인고속도로 주변에 사는 인천시민들의 삶이 또 한 번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인고속도로 주변에 살면서 소음과 먼지, 그리고 분리된 삶을 인내하면서 그 안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아온 숱한 인천 시민들은 또 다시 느닷없는 개발 계획에 편안한 마음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프로젝트가 공식화되기 전부터 경인고속도로 인근 주택과 땅들을 돈 냄새를 맡은 투기꾼들이 매입했다는 소문들이 돌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혹시나 이 프로젝트가 또 다른 투기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음을 지금 현실은 보여주고 있다.
경인고속도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로 인해 쫓겨난다면 이 프로젝트는 인천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개발업자들의 사리사욕을 채워주는 영혼 없는 프로젝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인천시민들은 꼼꼼히 문제 제기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