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고등학교장
백 패킹은 야영장비를 갖추고 1박 이상의 여행을 떠나는 레포츠로, 등짐을 지고 간다는 데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등산과 트레킹의 묘미가 복합된 것으로 굳이 산 정산을 목표로 하지 않고 쉬고 싶은 곳에 바로 목표로 자유로운 여행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백 패킹의 3대 성지로 제주 비양도, 강원도 선자령, 인천시 굴업도가 널리 알려져 있다. 굴업도는 행정구역상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에 속해 있는데 굴업도에 가기 위해서는 인천에서 덕적도행 쾌속선을 타고 도우선착장에서 내린 뒤 덕적군도를 선회하는 철부선을 타야 한다.

굴업도이라는 이름은 섬의 형태가 사람이 허리를 굽혀 일하는 모습과 같아서 붙여졌다고 한다. 굴업도는 크게 동섬과 서섬이 목기미사주로 연결돼 있는데 동섬에는 연평산과 덕물산이 있어 경사도가 심하고 섬소사나무와 소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나, 서섬에는 완만한 구릉의 개머리능선이 자리 잡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초원으로 이뤄져 있어 백 패킹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굴업도 선착장에 도착해 주변에 노출된 암석을 살펴보면 각진 크고 작은 자갈이 박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암석들은 중생대 백악기에 화산활동에 의해 깨어진 화산재, 화산력, 화산암괴 등이 퇴적돼 생긴 집괴암과 응회암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이 암석들이 형성된 후에 마그마가 관입, 냉각돼 형성된 적자색의 화강반암, 백색의 석영맥 등이 존재한다. 목기미사주는 파도에 의해 해안가 모래들이 운반돼 쌓여서 두 개의 섬(동섬과 서섬)으로 나누어져 있던 굴업도를 이어준 해안가 퇴적지형으로 지금도 목기미사주 주변에는 바람에 이동한 모래가 산기슭에 쌓여서 현생 해안사구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목기미사주에서 연평산 산책로를 걷다보면 북동쪽 해안가에는 코끼리 모양을 하고 있는 시 스텍과 시 아치가 발달돼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마을이 조성된 남쪽해안에는 굴업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발달돼 있는데 이 해수욕장의 동쪽 끝에는 굴업도의 유일한 부속 섬인 소굴업도(토끼섬)가 있다.
토끼섬은 간조 때 걸어서 갈 수 있는 목섬으로 토끼섬의 동쪽 해식절벽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긴 해식와가 발달돼 있다. 해식와란 해안가 절벽이 파도에 의해 침식돼 생긴 작은 동굴이 수평방향으로 이어진 특이한 해안침식이다. 토끼섬에 발달된 해식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됐지만 현재에는 여러 문제로 보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굴업도 해수욕장에서 멀리 남쪽 바다를 바라보면 3개의 바위로 이뤄진 특이한 모양의 선단여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에는 서글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백아도에 늙은 부부와 남매가 살고 있는데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자 외딴섬에서 외롭게 살고 있던 마귀할멈이 여동생을 납치한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오빠는 배를 타고 낚시를 하던 중 풍랑을 만나 이름 모를 섬에 흘러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이 여인은 십수 년전 헤어졌던 자신의 여동생이었던 것이다. 이들의 사랑을 안타깝게 여긴 하느님은 선녀를 보내 둘의 관계를 설명했으나 남매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차라리 죽는 것이 났다고 고집을 부린다. 이들에게 노한 하느님은 오빠와 동생 그리고 마귀할멈에게 번개를 맞게 해 죽게 했다. 그 후 이곳에는 3개의 절벽이 솟아나게 됐고, 이를 애통해 하던 선녀가 붉은 눈물을 흘리며 승천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바위를 '선단여'라고 부른다.

굴업도는 한때 정부에 의해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성 폐기물질 처리장으로 추진됐다가 덕적면민, 환경단체의 반대 여론과 굴업도 정밀지질조사 결과 활성단층이 발견됨에 따라 방폐장 건립이 취소됐다. 이후 모 대기업에서 굴업도의 대부분을 매입해 골프장 등 위락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어려운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백 패킹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분뇨 처리 등 여러 환경 문제들이 대두돼 있어 천혜의 비경과 자연유산의 보고인 굴업도를 보존하기 위한 일련의 프로젝트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