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우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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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오래도록 회자돼 왔지만 그 것도 옛말이 된지 이미 오래다. 요즘은 그야말로 '자고 나면 바뀌는' 세상이다. 세차게 흘러가는 급류 한 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렇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남을 이길 수 없다. 주변 환경이 그렇게 놓아두지를 않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고 했다. 과연 모든 것을 바꾸어야만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마누라와 자식은 바꾸지 말아야 한다. 그 외는 무조건 바꾸어야 한다. 이처럼 변화에는 바꿀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렇다면 변화에서 마누라와 자식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황이나 사회통념이 변화하더라도 바꾸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기업으로 말하면 비전과 핵심가치가 여기에 해당된다. 가정으로 보면 선대부터 내려온 가훈이나 가풍 같은 것이리라. 항해하는 배로 보자면 목적지나 다름없다.

아무리 선장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목적지를 바꾸어서는 안 된다. 인간관계도 매 한가지다. 신뢰와 믿음은 바뀌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신뢰와 믿음은 지속돼야 한다.

그러면 마누라와 자식이 아닌 다른 것은 무엇일까? 반드시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항해하는 배는 항상 최적의 조건에서 항해할 수 없다. 항해기법이나 기상관측 등 아무리 첨단기술이 발달했더라도 때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태풍을 만날 수 있다. 때로는 큰 파도를 이겨내야 한다.

더군다나 해도에도 나타나지 않는 암초도 있다. 이럴 땐 상황에 맞게 운항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 좌초할 수도 있다. 즉 기업도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경도(經道)와 권도(權道)라는 말이 있다.

유가에 나오는 것으로 경도는 시간과 장소의 구분 없이, 그리고 어떠한 상황 아래서도 반드시 적용돼야 하는 보편성이다. 반면 권도는 특수한 상황일 때 '경'에 얽매이지 않는 임기응변을 발휘함을 뜻한다. 즉, 시공이나 사정에 따라 적절히 적용되는 특수성이다. 이 둘의 탄력적인 선택이 필요함을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마누라와 자식만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즉 변해야 할 것은 변하지 않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변한다는 말이다. 항해하는 배가 목적지를 수시로 바꾼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태풍이나 암초를 만나도 좌초하기 십상이다. 기업으로 말하자면 비전과 핵심가치가 없는 경우다.

수시로 비전과 핵심가치를 바꾼다면 구성원은 방향을 잃고 해야 할 일을 못한다. 촌각을 다투는, 치열함의 극을 달리고 있는 안팎의 경쟁을 따라갈 수 없다. 이런 기업은 장수할 수 없으며 도태되기 마련이다.
계절이 변하면 환경에 맞게 적응하는 것이 이치다. 자연의 모든 만물은 이러한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열린다. 사과나무에 감이 열리기를 바랄 수는 없다. 지금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급변의 시대다. 환경에 맞게 변화하고 잘 적응해가야 한다.

그러나 지켜야 할 것도 있다. 가정에선 마누라와 자식이다. 기업에선 비전과 핵심가치다. 지금 조직의 비전과 핵심가치를 리뷰 해보자. 비전과 핵심가치는 소중한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