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지산고에 대한 도교육청의 감사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사태 전모를 제대로 파악하고 사건의 본질에 접근했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사태가 왜 벌어졌으며,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태도로는 교육계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로 고소, 고발전에 휘말려 눈물로 시간을 보내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상처마저 보듬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도교육청은 교장과 교감, 부장교사 2명 등 모두 4명을 인사조치 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우선 학교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도교육청이 내 놓은 설명이다. 한 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매듭짓겠다는 의도다. 여교사가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고, 일부 학생들은 사법당국의 조사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지역 시민단체들이 나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내린 감사결과는 그 흔한 징계조차 한 건 없었다. 도교육청은 당초 학생증 발급 절차와 체험학습비 문제, 교권침해와 학교폭력 피해학생 부적절 조치, 신임 여교사에 대한 성희롱 등 핵심 5가지 사안을 모두 포함해 감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감사 이후 도교육청이 밝힌 결론은 솜방망이 처벌로 나타났다. 그래놓고 하는 말이 "보통은 경고만 하는 것을 징계에 가까운 인사조치를 함께 내렸다"는 것이었다. 신임 여교사에 대한 성희롱 사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은 더 기가 막히다. "사실 관계를 따져봤을 때 부적절한 행동은 맞지만 성희롱까지는 아니다"는 것이다. 여교사에게 "애교 떨면서 술잔을 따르라"는 요구를 바라보는 도교육청의 입장과 시선이 이렇다. 이는 명백한 교권침해요, 분명한 성희롱이다. 사회적 기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이런 태도가 우리 교육계의 시선이라면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던 말의 진의를 다시 실감하게 된다.

이번 감사는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계의 관행과 습성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대로는 도교육청이 지향하는 학교 민주주의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본다. 교육계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