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복싱 '첫 올림픽 출전' 새역사 쓴다
20170111010032.jpeg


"우리나라 여자복싱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목푭니다."

인천에서 태어나 심곡초, 서곶중, 서인천고, 용인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까지 서귀포시청에 몸담았던 남은진(27)은 최근 인천시청과 계약하며 드디어 고향팀에서 뛰게 됐다.

우리나라 '여자복싱 간판 선수'인 오연지를 키워낸 인천시청 김원찬 감독의 지도력과, 평소 화합잘하고 하나로 똘똘뭉쳐있는 인천시청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

남은진은 고등학생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1년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대표 1진으로 활약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보면 어릴 때부터 오로지 복싱에만 전념했을 것 같은 남은진이지만, 그는 대학교를 수석입학할 정도로 공부까지 아주 잘하는 팔방미인이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 오빠를 따라갔다 우연히 접한 복싱의 매력은 결국 그를 복싱선수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

중학교 때 취미로 시작한 복싱은 고등학교 때 '인생의 꿈'이 되었다.

하지만 남은진이 다니던 서인천고에는 복싱부가 없었다. 게다가 부모님은 공부도 같이 해주길 원했다.

남은진은 고교 2학년때까지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학과 공부를 모두 소화하고 학원까지 다니면서도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에 혼자 체육관에서 훈련하며 체력과 복싱 실력을 쌓았다.

남은진은 고교 3학년 때인 2008년 복싱으로 진로를 확정한 뒤에야 겨우 오후 수업정도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나아갈 길이 정해지며 운동에 더욱 전념할 수 있게 된 남은진은 바로 그 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2008년 아시아선수권에 출전, 동메달을 획득하며 정상급 선수로 떠오른다.

이후 결국 관련 학과가 있는 용인대로 진학하면서 선수생활을 이어간 남은진은 2011년 대통령배 우승를 거머쥠과 동시에 국가대표 1진으로 태능선수촌에 들어가는 영광을 누린다.

남은진은 이 때 함께 태능에 들어온 오연지와 친해졌고, 올 해부터 인천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됐다.

이렇게 고향에 온 남은진은 이제 선수로서의 마지막 목표라고 할 수 있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에 도전한다.

우리나라 여자 복싱은 아직 한번도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본 적이 없어, 남은진이 목표를 이룬다면 한국 여자복싱의 새 역사를 쓰는 것이다.

이에 앞서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은 올림픽 메달 획득에 앞서 눈앞에 닥친 1차 목표다.

남은진은 "인천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감독님 이하 동료들도 너무 든든하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디딤돌삼아 2020년 올림픽에 출전, 좋은 성적을 거두고 고향 인천에서 선수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김원찬 감독은 "남은진은 오연지와 함께 우리나라 여자복싱을 이끌 기둥"이라며 "두 선수가 함께 올림픽에 동반 출전해 여자복싱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도록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광저우(중국)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