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채_3.jpg
'눈웃음 가득히 / 봄 햇살 담고 / 봄 이야기 / 봄 이야기 / 너무 하고 싶어 // 잎새도 달지 않고 / 달려 나온 / 네 잎의 별꽃 / 개나리꽃 //(중략) 내가 가는 봄맞이 길 / 앞질러 가며 /살아 피는 기쁨을 / 노래로 엮어 내는 / 샛노란 눈웃음꽃'-이해인 시인의 <개나리꽃>

한 시인이 개나리 꽃망울이 맺힌 사진을 보내왔다. 보내놓고 보낸 시인이나 받은 나나 똑같이 내뱉은 말. 어쩜 좋으니. 개나리는 4월에 피는 꽃이 아니던가. 겨울 한복판에서 샛노랗게 꽃망울을 맺다니. 꽃을 피운 개나리를 탓해야 할까, 4월로 깜빡 속을 만큼 춥지 않았던 날씨를 탓해야 할까. 얼마 전 어떤 이는 베란다에 핀 사과꽃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베란다니까, 창문이 닫혀 있었을 테니까 했는데 1월에 개나리 꽃망울이라니.

꽃들의 개화 시기가 날씨에 따라 당겨지거나 늦춰지는 건 당연하지만 요즘은 예측 자체가 쉽지 않다. 봄만 되면 매년 꽃 축제를 기획하는 지자체들이 꽃이 행사를 열기도 전에 피거나 행사가 끝날 때까지도 피지 않아 애를 태운다는 뉴스는 단골이었다. 이러다가는 몇 년 만 지나면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개화시기를 수정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이상 기후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봄철에나 불청객으로 등장했던 황사는 이제 시기를 가리지 않는다. 한겨울에 스모그가 비상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OECD국가 중 가장 낮고 오히려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우리나라의 환경파괴 수준은 우려를 넘어섰다. 썩지 않는데 간편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일회용품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봄의 전령사 개나리가 봄 이야기가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 나왔다는데, 샛노란 눈웃음을 하고 핀 개나리가 맞이해야 할 엄동의 추위를, 환하게 웃음 짓기도 전에 얼어버릴 추위를 어찌할 것인가. 어쩜 좋으니, 하는 탄식을 지금은 제 철을 모르고 핀 개나리 앞에서 하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듣게 될 탄식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긴 철모르고 상황 파악 못하는 게 어디 개나리뿐이겠는가.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