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롯데㈜가 성남시 소재 보바스기념병원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인수과정을 밟고 있다. 이번 사례가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신호탄이 아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다. 보바스기념병원은 지난 2002년 550병상 규모로 개원한 국내 최대의 노인 및 어린이 전문병원이다. 2005년 경영권 분쟁에 이어 실버사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자금난을 겪기 시작하다 그해 9월 수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재단 측은 무상출연과 대여금을 받는 형태의 회생절차를 제시했고, 법원이 인가 전 M&A를 조건으로 회생절차 개시를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호텔 롯데㈜가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법원이 이 과정을 승인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아직 국내에서는 없었다고 한다. 분명히 의료법상에도 의료인 또는 의료법인, 민법상 비영리재단 등이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호텔롯데㈜가 파고든 지점이 묘하다. 인수과정을 보면 롯데가 병원을 직접 인수하는 게 아니라 2900억원을 입찰금으로 넣어 보바스병원의 운영주체인 늘푸른의료재단을 인수하게 되는 것이다. 의료법인에 투자하고 사실상 법인이사회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병원 운영을 맡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물론 호텔 롯데(주) 측은 이에 앞서 기존 사업목적 외에 의료사업 및 노인주거, 여가복지시설 설치, 운영사업에 대한 목적 변경과정을 거쳤다. 마치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등 비영리재단들의 거래수단을 차용하고 미리 준비를 마친 것처럼 보인다. 위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보건복지부의 설명대로 호텔롯데㈜가 병원을 직접 운영하는 주체가 될 수는 없지만 비영리법인에 출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의 물꼬를 터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과는 다르게 주식회사처럼 일반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고, 이익금을 배당할 수도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가 아직 우리 국민들에게는 낯설고, 그래서 더 지난한 합의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염려도 있는 것이다. 호텔롯데㈜가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