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악몽 같은 슬픔이지만 오늘로써 '세월호참사'가 터진 지 1000일이 됐다. 304명이 차가운 물속에서 사라져 갔고 여전히 9명의 꽃은 돌아오지 못한 채 어두컴컴한 바닷속에 잠겨 있다. 이런 희생자 유족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 역시 아픈 것은 마찬가지다. 인천에서는 용유초등학교 동창생 12명을 비롯해 45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대책위원회는 8일 오전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을 찾아 헌화하며 명복을 빌었다. 일반인 희생자들의 유족들은 특히 정부와 정치인, 국민의 무관심으로 더욱 힘겹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참사 1000일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 달라지기는커녕 지금 나라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심에 선 '국정농단'사건으로 말이 아니다.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과 전국의 주요 장소에선 매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지만 청와대는 꿈쩍도 안 하고 있다. 급기야 분신을 하는 희생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국정농단을 주도한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참사 당시 대한민국을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만들겠다던 대통령은 되레 부패의 중심에 서서 국민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던 적폐청산은 요원하고 부패의 사슬은 아직도 끊어지지 않은 상태다. 아니 어쩌면 더 견고해진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눈을 뜨고 거대한 배가 침몰하는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적이 의혹으로 남아있다보니 '진상규명'을 전혀 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혼란스럽지만 세월호는 세월호대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아니 세월호와 국정농단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국회는 '세월호특별법개정안'을 하루속히 처리하고, 정부는 세월호 인양작업을 차질없이 이행해야 한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충심으로 비는 것은 모든 국력을 동원해서 '세월호'와 함께 '진실'을 인양하는 것 뿐이다. 그것만이 우리나라가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