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옥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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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도시가 국내외 소비유통 대기업들의 시장 쟁탈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유통기업 코스트코가 9일 아침 송도국제도시점을 열고 본격 영업을 시작한다. 위치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이국적인 풍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관광코스로 부상한 센트럴파크 코 앞에 둥지를 틀었다. 전 세계에 715개 매장, 787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코스트코의 '글로벌 창고형 할인매장'이 송도국제도시 소비시장에 몰고올 바람은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바다를 매립해 만들어진 허허벌판에 겨우 아파트 몇채가 올라가던 게 고작이었던 송도국제도시의 모습과 비교하자면 '상전벽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이미 송도국제도시 인천도시철도1호선 테크노파크역 맞은편엔 자사 기준 국내 최대 규모라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이 지난해 봄 개장했다. 오는 4월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글로벌 SPA 브랜드가 대거 입점하는 송도 트리플스트리트가 문 열 예정이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과 송도 트리플스트리트는 앞서 개점한 홈플러스와 지하를 통해 거미줄처럼 물리적 공간이 연결돼 있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 인천대입구역 일대도 소비유통의 중심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컨벤시아대로를 타고 일직선으로 송도컨벤시아~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동북아트레이드타워~롯데마트가 지하통로를 통해 한 묶음으로 연결돼 있다. 롯데마트에서 인천대 쪽으로 큰길을 건너면 대형 쇼핑단지인 롯데몰이 2019년 개장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같은 시기 코 앞엔 신세계가 대형쇼핑센터인 신세계 스타필드 송도점을 개장할 계획이다. 2020년 10월엔 이랜드가 인근에 복합쇼핑몰을 준공할 예정이다.

지금 당장 우리 눈 앞에 펼쳐졌거나 투자가 실행 중인 국내외 대형 유통매장이 6개나 된다. 송도국제도시가 국내외 대형 유통기업이 군침을 흘리는 영업 주무대로 등장한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국제도시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생활편의성이 나아지고 쇼핑문화 중심지 송도국제도시의 이미지 부각을 통해 더욱 왕성한 외자유치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대한 대형 유통기업들의 진출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같은 식단의 음식점이 한데 몰려있는 음식문화거리에 소비자가 몰리는 것처럼 동종업체가 집중하면 오히려 영업과 판매에 있어 시너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려도 크다.

송도국제도시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2016년 11월 말 현재 11만2000명으로 자그마한 중소도시 규모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내로라 하는 국내외 유통기업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타깃으로 삼는 까닭은 무엇일까. 유통기업들의 경쟁적인 송도국제도시 출점이 인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약이 될 수 있을까.

유통업계가 앞다퉈 송도국제도시에 진출하는 것은 성장잠재력 때문이다. 송도국제도시의 거주인구뿐 아니라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이용해 입출국하는 외국인들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영종도에 들어설 카지노 복합리조트 등과의 연계성도 높은 편이다. 송도 영종 청라 등 3개 경제자유구역 인구를 뺀 기존 도심 인구 275만명이 안정적인 소비자층위를 형성하고 있는 점도 매력일 것이다.

대형 유통기업의 잇단 출점은 내수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인천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형 유통기업의 출점이 반드시 인천 경제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리란 기대는 환상으로 그칠 수 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대형 유통기업의 소비시장 잠식에 따른 중소유통업 시장 사슬의 파괴다. 골목상권 붕괴는 과거 논란이 컸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태'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를 공산이 있다. 공룡 유통기업의 송도국제도시 집중은 인천 소비시장을 먹어삼키는 블랙홀로 돌변할 수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대형 유통매장이 속속 들어서면서 가뜩이나 심각하다는 인천시민들의 '소비 역외유출' 발길을 되돌릴 좋은 기회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인천에 가볼 만한 유통매장이 많이 입점했다고 해서 서울에서의 소비를 줄이고 인천에서 소비를 늘릴 것이라는 추정은 '가정'에 불과할 뿐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본점을 외지에 둔 국내외 대형 유통기업들이 인천에서 거둔 과실을 인천에 얼마나 환원할 것인지도 궁금사항이다. 매장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고용창출 요인이 인천시민에게 양질의 일자리 제공으로 이어질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법적 장치로 강제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 지금 인천의 고민이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기대되는 대목은 키우고, 우려되는 대목은 최소화하는 혜안을 찾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