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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가 국정농단의 중심부에 있다. 지난해 평생교육단과대학 2차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부터다. 결국 86일 간의 본관 점거 농성은 최경희 총장과 윤후정 명예총장의 사퇴로 끝났다. 교육부 '평단사업'은 고졸취업자와 3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학위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선(先)취업 후(後)진학'을 장려하는 제도로 출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전국 91개 대학(전문대학 포함)이 이미 재직자특별전형을 운영하고 있고, 사이버대학의 학점은행제 학위과정 등이 위축될 수 있다는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 모집인원의 과반을 정원외로 선발할 수 있게 돼 '학위장사'라는 시비가 표출됐다. 이 와중에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시특혜가 연이어 불거졌다. 최근 특검의 핵심 사안이다.

그런 내홍을 겪은 평단사업의 첫 출발이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4일 마감한 정시모집에서 창원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정시 1001명 정원에 485명이 지원해 평균 0.4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공교롭게도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인 대학은 인천 인하대(0.23대1)였다. 수시와 정시를 포함하면 정원을 채운 대학은 총 9개 대학 중 2개 대학에 불과하다.

평단사업이 '학벌사업'으로 변질됐다는 시각은 여전하다. 학벌은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배후로 작동해 왔다. 현대판 호패처럼 한 번 얻기만 하면 영구히 귀속지위화 해 패권적 권력을 독점했다. 인간관계, 결혼, 취업 등에서도 학벌감정을 만들었다. 학벌사회가 경쟁의 동기가 된다고 하지만 패자부활을 어렵게 해 사회적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명문대 출신이라는 선점효과가 오히려 가능성을 지닌 창의적 사고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집정원의 반도 채우지 못하는 교육부의 평단사업은 성공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향후 국고지원이 중단될 경우, 해당 대학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평생교육 발전을 위해서라도 대학 평생교육은 본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차라리 선진 대학들처럼 기존의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을 성인단과대학 체제로 바꾸고 학위, 비학위 과정을 운영하면 될 일이다. 대학 구조조정을 빌미로 교육부의 길 들이기식 재정지원사업에 편승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대학들도 문제다.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