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F·항만 품은 인천, 극지연구 허브도시로"
아라온 모항 인천항·송도 GCF 남극 연구엔 인천이 가장 적합
극지연구소 부산에 뺏기면 안돼2 쇄빙선 건조 북극해 투입 계획

부모님이 한국전쟁 당시 피난하다 인천 선재도에 도착했다. 할아버지 산소를 이곳에 모셨다.
인천에서 태어난 소년은 제사를 지낼 때마다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이때부터 바다를 가슴에 품었다.

나아가 남극·북극을 동경했다. 공부를 통해 극지를 연구하고 싶었다.

이후 인하대학교 해양학과에 특별 장학생으로 입학해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UCSD)에서도 공부를 했다.

1983년 해양연구소에 들어가 연구원으로 일하다 1997년 극지연구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2016년 7월 인천 출신 최초로 극지연구소장이 됐다.

주인공은 윤호일(57) 소장이다. 그는 인천을 극지 연구 허브 도시로 만드는데 힘쓰고 있다.
다음은 윤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인천은 남극 연구의 최적지
극지연구는 청정지역의 빙하와 오존층 변화 등 지구 환경을 연구하는 순수 학문이다.

현재 인천 송도에는 지구온난화 등 글로벌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실이 있다. 극지연구소와 인천은 이런 세계적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 남극과 북극의 해수면 상승,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극지연구소가 인천 송도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선인 아라온호의 모항 역시 인천항이다.

인천은 남극과도 가깝다.

중국이 남극 연구를 많이 지원한다. 중국 기지와 우리 기지가 세종기지에 같이 있다.
쇄빙선 2대가 갈 필요가 없다.

인천에서 남극을 가면 경비를 더 들이지 않고 물자를 보급할 수 있다. 인력 수송도 편하다. 중국은 이런 측면에서 인천과 윈윈할 수 있다.중국과의 상호 교류 차원에서도 좋다. 이를 통해 인천의 품격을 높일 수 있고, 극지연구 허브 도시도 만들 수 있다. 극지연구 가운데 남극을 연구하기엔 인천이 가장 적합하다.

▲인천은 보석, 부산에 주도권 뺏기면 안 돼
얼마 전 부산에서 북극 협력 주간 행사가 열렸다. 부산은 극지연구소를 자기 지역으로 옮기려고 애쓴다. 부산시와 지역 언론이 이런 여론을 주도한다. 극지연구 포럼도 열고 남극 다녀온 사람을 초청해 토크 콘서트로 진행하고 있다.

부산은 해양 클러스터를 만들어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해양과학기술원 이주도 실현했다. 여기에 부산지역 언론은 기자를 극지에 보내 심층취재 보도도 한다. 이 때문에 극지연구소마저 부산에 뺏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그런데도 인천지역의 관심은 걸음마 수준이다.

인천시도 관심은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거의 없다. 그나마 극지연구소 인근에 1만㎡ 부지를 장기 임대한 게 전부다.

이마저도 주차시설 공간이 안 될 정도로 좁다.

부산시는 우리에게 영도 근처에 극지타운을 따로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제2극지연구소와 극지체험관, 박물관, 수련관을 마련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내부에서 부산으로 가자는 의견마저 나온다.

부산시는 극지연구소의 가치를 안다. 반면 인천시는 보석을 바로 앞에 두고도 모르고 있다.

인천시의 관심과 열정이 너무 부족하다. 인천이 자연과학 친환경 도시로 발돋움하려면 부산에 주도권을 빼앗겨선 안 된다. 극지연구소는 인천에 두고 북극연구센터 정도를 부산에 설치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인천을 대표하는 인천일보가 극지 전문 기자를 양성해 극지연구소의 가치를 널리 알리면 좋겠다.

▲극지연구 책임질 인천 인재 양성은?
인하대학교와 인재양성 협약을 맺었다.

배를 타고 연구하는 젊은 인력이 줄고 있다. 실험실 컴퓨터 모델링이나 영상자료 편집 등 비교적 쉬운 일에 젊은 인력이 많이 몰린다.

이 때문에 해양과학과가 있는 인하대에서 차세대 극지 연구를 책임질 후배들을 키울 생각이다.
최순자 총장도 이 분야에 관심이 크다. 앞으로 인하대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해양학과와도 업무 협약을 맺어 아라온호를 타고 바다를 누비며 극지 연구에 매진할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극지연구소의 향후 계획은
1만2000t급 제2 쇄빙선을 만든다.
제1 쇄빙선인 아라온호는 7800t급 정도다. 세계적인 연구선이긴 하지만 2배 규모의 제2 쇄빙선을 만들어 북극해 항로 개척에 투입한다.

지금까지 수에즈 운하를 통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물자를 공급했다.

하지만 북극해를 이용하면 기간이 크게 단축된다. 물류비도 종전보다 40% 아낄 수 있다.

이 항로를 여는 데 첨단 역할 하는 게 바로 제2 쇄빙선이다. 항로 개척에 매우 중요하다.

북극은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줄면서 바다 얼음으로 뒤덮인 대륙붕이 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륙붕 밑에 매장된 지하·광물 자원 개발이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국제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극지 연구·개발에 선두적인 역할을 하려면 제2 쇄빙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극지연구소가 만든다.

정부가 2800억원 정도를 들여 진행 중이다. 제2 쇄빙선은 2~3m 바다 얼음을 연속해서 깰 수 있다.

또 시가 연구소 옆에 장기임대한 부지에 빙하 시료와 학연 연구를 하는 교육관을 만들 생각이다. 인천은 앞서 말한 것처럼 극지 연구의 메카다. 눈앞에 보석이 있는 만큼 시와 지역사회가 극지 연구에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글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
/사진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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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일 극지연구소장은
·인천 출생
·도화초·송도중·대건고 졸업
·인하대학교 해양학과 졸업,
동 대학원서 석·박사 학위 취득
·1986년 한국해양연구소 극지연구실 입소
·제17차 남극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장,
극지연구소 극지환경연구부장,
선임 연구본부장, 부소장 역임
·2016년 7월 극지연구소 제5대 소장 부임
·인천 출신 최초 극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