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인천시가 '호국보훈도시 인천'을 선언했다. 수도방어의 보장처(保障處, 전란 때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장소) 역할을 해온 인천으로서는 남다른 호국보훈 도시육성의 의미를 두게 된다.

인천은 500여 년 전 왜란과 호란을 겪은 도시다. 13세기에는 몽골의 침입에 따라 수도를 강도(江都, 강화도)로 옮기고 치열한 항전을 벌였는가 하면, 17세기 말 강화는 해안을 따라 조선에 진출하려던 외세에 대항한 조국수호의 최첨단 지역이었다.

특히 프랑스와 미국의 조선 침략 요충지로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의 전흔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또 근대에 들어서 인천상륙작전은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와 시장경제 구축의 시발점이 됐다. 이와 같이 수많은 곡절 속에서 희생된 순국선열은 물론 그 유가족의 아픔과 애국, 애민정신은 후대에도 계승돼야 한다. 목숨을 바쳐 국가 수호에 나선 위국헌신 선조들의 영혼은 영원한 대한민국의 혼으로 살아 숨쉬어야 할 것이다.

인천시는 1일, 수봉공원 참배로 2017년 정유년 새해 시정을 시작했다. 이날 발표된 보훈가족 선양사업 추진 등은 역사적 사실과 희생된 순국선열의 공로에 비춰 뒤늦은 감도 없지 않다.

북한의 핵문제가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국내외적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보훈처가 발표한 '2016 나라사랑 의식지수'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71.4%)은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서해5도를 둔 인천은 천안함 사건 등 다른 도시에서 발생할 수 없는 인천만의 안보 위기를 경험했다.

인천이 호국보훈도시로 올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유적탐방이나 사료를 전시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호국보훈문화가 인천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세대 간 회상과 기억의 재생산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겠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건재하는 이유는 다양한 외세를 극복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선열들의 위국헌신정신 때문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천일보가 1988년 창간 당시 제정해 올해까지 29년을 이어온 '인천일보 보훈대상'에서도 나라와 민족의 혼이 빛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