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해에 닭이 많이 아프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피해를 입은 사육 농가의 마음도 많이 아플 것이다. 필자는 이 마음을 안다. 중학교 시절 선친께서는 약 2년 간 닭을 쳤다. 동구 송림동에서 오랫동안 경영한 연탄공장을 정리한 후 그 건축물을 이용해 닭을 키우셨다. 병아리를 사다가 육계로 키워 파셨다. 양계장이 집과 학교 사이에 있는 바람에 필자도 일을 거들 수밖에 없었다. 천상 주부였던 어머니도 하루 종일 양계장에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불평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교 길에 이곳에 들러 주로 사료 주는 일을 했다. 1천 마리 정도의 닭에게 모이 주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사료를 담은 포대는 크기와 무게가 시멘트 포대와 비슷했다. 수십 개의 함석 먹이통에 사료를 들이붓는 일은 힘에 부쳤다.

가장 하기 싫은 일은 주말 연례 행사였던 닭똥 치우는 작업이었다. 매주 배설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필자는 월요일 등교 길에 몸에서 닭똥 냄새 날까봐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있다. 일정한 크기로 자라면 닭을 팔아야 한다. 자전거 짐칸에 닭장을 실고 온 아저씨들이 정기적으로 왔다. 우리집 닭은 인근 현대시장의 닭전에서 팔렸다. 명절 때가 되면 하루 종일 닭을 사로잡아야 했다. 굵은 철사로 만든 갈고리로 단번에 닭발을 채야 한다. 이게 서툴면 수백 마리 닭들의 소요 속에 갇혀야 한다.

닭은 병치레가 심한 동물이다. 하루 종일 닭들이 동시에 설사를 하거나 갈고리를 갖고 들어가면 본능적으로 날뛰던 닭들이 미동도 없이 까무룩 잠을 자고 있다. 어제까지 멀쩡했던 닭들이 갑자기 다리와 날개가 뒤틀려 이곳저곳 쓰러져 있기도 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 피해 장면이 있다. 전염병은 아닌데 아침이면 닭 몇 마리가 죽어 있곤 했다. 쥐가 닭을 잡아먹은 것이다. 쥐가 잠자고 있는 닭의 항문을 간질인다. 닭은 기분이 좋아진다. 쥐 이빨은 조금씩 닭 몸으로 깊게 들어간다. 내장이 모조리 파 먹혀 결국 닭은 처참하게 죽는다. 이게 바로 '닭 짓'이다. 먹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황홀경에 빠져 자신의 몸을 내어준다. 쾌락과 목숨을 맞바꾼 것이다. 비단 이것이 닭만 하는 짓은 아닐 것이다. 요즘 '닭 짓'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