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가중하는 불꽃놀이 제한 필요성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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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묵은해 마지막 날 밤이면 독일 전역에선 대대적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벌어진다. 정부나 단체가 광장에서 쏘아 올리는 화려한 쇼에서부터 가족과 친구끼리 동네 어귀 등에서 밤새 터트리는 불꽃에 환호성이 울리고 날이 밝아도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독일에서 새해맞이 불꽃놀이에 직접 소비되는 돈은 매년 1억유로(약1천25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돈 문제를 떠나 불꽃놀이가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건강을 크게 해치므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일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에 따르면, 밤새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벌어진 다음 날 뮌헨지역의 대기 중 미세분진 농도는 1346㎍으로 유럽연합(EU) 기준치(50㎍)의 근 27배에 달했다.

이보다는 낮지만 라이프치히 534㎍, 프랑크푸르트 385㎍ 등등 대부분 도시들에서 몇 배에서 10배를 훌쩍 초과한다.

이날 하루 독일 전역에서 불꽃놀이로 발생하는 미세분진의 양은 1년 내내 자동차가 뿜어내는 오염 물질량의 15%에 달한다.

독일 환경청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특히 불꽃놀이 미세분진 속엔 마그네슘, 구리, 바륨 등의 금속성분과 이산화질소, 이산화항 등의 오염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건강에 더욱 해롭다고 밝혔다.

이 미세분진과 유독가스는 특정 지역에 몇 시간 동안만 머물지 않고 도시 전역으로 퍼지고, 겨울 날씨 특성 때문에 하루 이상 대기에 머문다.

독일 의사협회지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로 인해 매년 추가 발생하는 화상, 청력손상, 호흡기질환자 등의 수가 8천여명이라며 이 가운데 3분의 1은 영구적 손상을 입는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단체 '도이체 움벨트힐페'의 위르겐 레쉬 회장은 불꽃놀이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를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면서 특히 어린이 등 노약자, 동물들에게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대기오염도가 높은 특정 도시나 각 도시 내 특정 구역에서 불꽃놀이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등의 여러 규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폐암 사망 중 4분의 1, 뇌졸중 사망의 15%가 미세분진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에선 2014년 11월 5일 가이포크스의 밤 행사 때 맨체스터 등 여러 지역의 미세분진 수치가 최고치에 달한 바 있다.

스모그 문제가 심각한 인도의 델리의 경우 지난해 10월 불꽃놀이를 하는 디왈리 축제 다음 날 미세분진 양이 2배 이상 늘었으며 일부 지역에선 WHO 기준치의 30배로 치솟기도 했다.

호주의 경우 1980년대부터 주로 안전문제를 이유로 2개 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개인들의 불꽃놀이 화약 사용을 금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