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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 인천] 4대 악녀의 '타산지석'

최종명 작가 · <13억 인과의 대화> 저자

2016년 12월 27일 00:05 화요일
 1900년, 서양 8개 국 연합군이 베이징을 침공했다. 황제 광서제와 서태후(西太后)는 황급히 서쪽으로 도피한다. 서태후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광서제가 총애하던 진비(珍妃)를 산채로 우물에 빠트려 죽인다. 서양 '오랑캐'에게 능욕당하는 것을 예방한다는 명분이지만 정치적으로 대립하던 광서제에 대한 경고였다. 자금성에 가면 붉은 담벼락 옆에 처량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진비정(珍妃井)은 '여성정치인' 서태후를 고스란히 상징하고 있다.

 중국 역사에서 최고권력을 움켜쥐고 악행을 서슴지 않았던 여성이 더러 있다. 중국문화여행을 기획·인솔하면서 지루한 버스 이동 중에 '4대 미인'과 더불어 '4대 악녀' 이야기를 강의하곤 한다. 고대 4대 미인으로 알려진 서시, 양소군, 초선, 양귀비야 자주 회자하지만 '악녀'는 일부러 꺼내기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진비정과 서태후를 들먹이면 '악녀다운 행적'이라고 사람들이 인정해주니 이동 시간을 심심하지 않게 보내기에 무난하다. 사실 봉건시대와 제국시대에 통치자의 악행이 관행이었다 해도 역사책을 펼쳐보는 입장에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아도 좋고 안주로 올려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서태후와 함께 무측천, 여태후, 달기로 '4대 악녀'는 이어진다

 지난 5월 취재여행으로 광위안을 다녀왔다. 이곳에는 중국 유일의 여성 황제인 무측천의 사당 황택사가 있다. 그녀의 인생은 드라마보다 흥미롭다. 14세에 입궁해 두 명의 황제로부터 은총을 받고 총명한 지략을 바탕으로 스스로 황제가 됐다. 긍정적인 통치 사례도 많다. 악녀로 등극시킬만한 이야기는 더 많다. 황후와의 권력 다툼에서 정치적 발판을 위해 갓 태어난 친딸을 살해했다는 점은 가히 공포에 가깝다. <구당서> <자치통감> 등 사서에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나 있다. 한나라 고조 유방의 황후 여태후는 실권을 장악하고 외척이 득세하는 선례를 남겼다고 사서마다 흥분했다. 유방이 총애하던 척부인(戚夫人)의 아들 조왕 여의(如意)를 독살한 후 곧바로 척부인을 살해한다. 그 방법이 가히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살벌하다. 역사에서는 이를 참절인환이라 표현하는데 '전대미문의 참상'이 바로 이럴 것이다. 손발을 절단한다. 귀에 뜨거운 김을 불어넣고 말조차 못하게 약을 먹인다. 그리고 돼지우리이자 화장실에 던져버린다.

 4대 악녀를 찾아 기원전 1,000년 전으로 거슬러 가보자. 사마천의 <사기>에도 등장하는 달기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여주인공이다. 상나라 마지막 군주인 주왕의 애첩이다. 중국사람들은 충신의 상징 비간(比干)을 도교사원의 재물신으로 봉공하고 있다. 충언을 고하다가 심장이 도려내지는 죽임을 당하는데 바로 달기의 교사가 한몫했다. 강태공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봉신연의>에 등장하는데 비록 소설이지만 그 악행이 섬찟하다. 달기는 혹독한 형벌인 포락과 채분을 즐겼다고 한다. 포락은 죄인을 동으로 만든 기둥에 묶고 뜨겁게 달궈 엄청난 고통 속에 타 죽게 한다. 채분은 죄인을 맨발과 알몸으로 독사와 전갈이 우글거리는 구덩이에 던져 죽게 한다.

 20세기 초 한 고고학자가 달기의 고향 부근에서 출토된 유물 중 하나를 그녀의 화상이라고 주장하며 얼굴을 복원했다고 한다. 그녀의 용모를 토대로 별의별 삽화도 많다.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비인간적인 면모만이 아닌 아리따운 미모까지 동원하는 경향이 있다. 이 역시 사뭇 악랄한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염려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에서 어떤 여성 통치자로 기록될까? 여행 중에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미인'과 함께 '악녀'로 소개한 인물과 점점 비슷해지는 것은 아닌지 요즘 무섭다. 통치 기간 중 불법적 행위부터 세월호 7시간, 촛불 항쟁을 불러일으킨 국정농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추측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우리는 너무도 서럽다.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 '악녀' 대통령이 됐다고 누군가는 기록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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