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 서에 번쩍' 목격담에 떠들썩...'도깨비' 마저 홀인 인천
▲ 동구 송현근린공원. 은탁(김고은 분)을 데려가려는 저승사자(이동욱 분)와 이를 막는 김신(공유 분).
▲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신(배우 공유)이 책을 뽑아 읽던 동구 배다리 헌책방.
▲ 청라호수공원. 도깨비 김신(공유 분)이 은탁(김고은 분)에게 검에 대한 비밀을 밝히는 등 데이트하는 장면. /사진제공=인천관광공사
▲ 송도 센트럴호텔 인근 인천타워대로. 은탁(김고은 분)을 임신한 엄마가 뺑소니 당한 장소.
인천에 '도깨비'가 출몰하고 있다. 송도·청라국제도시부터 중구, 동구, 계양구 등 발견되는 장소만 봐도 사실상 인천 전역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에선 매일같이 목격담이 쏟아진다. 이름도 무서운 도깨비를 봤다고 달리는 댓글들엔 하트가 쏟아진다. 도깨비 당사자가 배우 공유. 뚜렷한 이목구비, 훤칠한 키. 수려한 외모를 지닌 그가 인천 곳곳을 헤집고 다니니 시민들 설렘 주의보는 당연하고 전국 여성 팬들이 도깨비 쫓겠다며 인천을 찾는다. 케이블채널 드라마 도깨비가 시청률 14%를 기록하면서 시청자들을 홀리고 있다. 덩달아 드라마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인천에 대한 관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도깨비는 인천영상위원회에서 지원하는 로케이션 작품이다. 인천영상위원회는 인천이라는 도시를 국내외에 알리고 창작자들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인천 맞춤형 영상물 유치 로케이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드라마에서 인천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 인천시 관계자는 "촬영지를 묶어 관광지로 만들어도 될 정도"라고 말한다.

▲송도·청라국제도시 수려한 도시 미관, 드라마에 딱
인천이라는 도시는 전체적인 드라마 분위기와 어울려 적절하게 녹아든다는 평을 받는다.

인천은 1회부터 존재감을 드러낸다. 첫 회 도깨비 김신(공유 분)이 맥주를 마시며 세상을 바라보던 곳은 송도국제도시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층수만 68개, 높이는 305m다. 2011년 세워진 부산 해운대 위브더제니스보다 층은 12개 적지만 높이는 4m 더 높다.

65층 전망대에서는 창가를 따라 한 바퀴를 돌며 송도국제도시를 조망할 수 있다.

뺑소니 사고로 죽어가는 은탁(김고은 분)의 어머니를 도깨비 김신이 살린 곳도 송도다. 도깨비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아 줄 도깨비 신부인 극 중 여자 주인공 은탁을 있게 한 중요 장면 중 하나.

청라국제도시에선 도깨비 김신이 은탁에게 비밀을 털어놓는다. 4회에서 맥주 두 캔에 취한 김신과 은탁이 걷던 장소가 청라호수공원이다. 이곳에서 김신은 은탁에게 "도깨비 신부만이 자신의 심장에 꽂힌 검을 뽑을 수 있다"고 감췄던 이야기를 꺼낸다. 사랑에 빠진 도깨비는 한겨울에 벚꽃을 피우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그라드는 명소에 다시 숨결
도깨비는 오래돼 사그라드는 지역 명소도 다시 재조명했다. 대표적인 곳이 동구 금곡동 배다리 헌책방 거리다.

배다리 헌책방 골목의 한미서점은 3회 도깨비 김신이 책을 뽑아 읽던 곳이다. 서점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김신의 우아한 모습이 맞물려 그림 같은 장면이 연출돼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6회에선 은탁과 김신이 다정하게 산책을 하던 장소로 쓰였다.

드라마가 전파를 탄 후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등에선 배다리 헌책방을 소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에서 가볼 만한 명소라는 게 공통된 평가다.

한때 50여곳이던 헌책방 수가 10여곳으로 줄면서 명맥만 겨우 잇던 거리가 드라마 방영 이후 관광객들에게 다시금 사랑을 받고 있다.

인천시가 최근 드라마나 영화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인천이라는 도시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서다.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외에도 이모 가족의 구박으로 집을 나온 은탁이 방황하던 동네도 동구 송현동이다. 이 동네는 은탁을 데려가려는 저승사자와 이를 막는 김신이 갈등이 벌인 곳이기도 하다.

은탁이가 쓰레기통 불을 끄다 우연히 도깨비를 소환한 장소는 동구와 가까운 중구 자유공원이다.

은탁이 다니는 학교는 계양구에 있는 서운고등학교다. 교무실과 교실·급식실도 모두 이 학교에서 촬영했다.

▲드라마 명장면 속 인천
일주일 2회 방송하는 드라마는 짝수 회차 엔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짝수 회차 마지막이 어떻게 맺어지냐에 따라 일주일 뒤 돌아올 홀수 회차 시청률이 결정된다.

이달 3일 도깨비 2회차가 마무리되고 온라인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납치당한 은탁을 구하기 위해 도깨비 김신과 저승사자(이동욱 분)가 함께 등장하며 영화같은 엔딩신을 만들어 낸 것이다.

텅 빈 도로 옆으로 늘어선 가로수, 암흑 속에 덩그러니 서 있는 차량 한 대, 자동차 헤드라이트 맞은편에서는 안개가 생겼고, 그 사이로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영화처럼 걸어온다.

이 장면에서 주조연급 역할을 한 촬영지는 인천 드림파크 진입로다. 드림파크는 수도권 매립지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수도권 시민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시가 야심차게 기획한 신개념 휴식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극 중에선 도깨비의 복수로 이틀간 지도에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실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회 시청률은 7.9%. 이 엔딩신이 화제가 된 뒤 일주일 만에 이어진 3화 시청률은 훌쩍 뛰어 12.5%를 기록했다.
 
▲인천 가치 상승, 시민 적극적인 지원 덕
도깨비 성공으로 인천 주가가 상승한 격이다. 전국 드라마 애시청자들 시선을 인천으로 모았으니 드라마가 도깨비 방망이나 다름없다.

방송 전부터 이미 세계로 팔려나가 동남아나 미주 등지에서는 한국 방송분과 똑같이 전파를 타고 있다. 외국 관광객 유치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정부의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경색된 한중 관계로 인한 한한령으로 중국 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아쉽지만 당분간은 도깨비가 홀린 전세계 안방에서 인천을 주목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마련되기까지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한 게 인천 시민들이다. 도깨비 출몰 소식이나 촬영 장소 소개 등을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며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방송이 끝나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선 '도깨비 인천'으로 도배가 될 정도였다.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나 그 주변에서 유명 배우가 나오는 인기 드라마를 촬영하는 게 신기하고 반가워 한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지역 사랑이 없으면 힘든 일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매회 놀라운 시청률을 보이며 케이블 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도깨비 신드롬으로 인천의 매력을 알릴 수 있어서 잘된 일"이라며 "잠깐의 이슈에서 그칠 게 아니라 이를 활용해 인천 가치 재창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겠다"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