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 내 날이 춥다가 이제 좀 풀리기 시작했다. 온도가 올랐다 내렸다 해서인지 감기 환자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실내 온도를 적정수준으로 맞춰줘야 병에 걸리지 않고 겨울을 잘 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실내 적정온도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다 날이 추워졌다 싶어서 실내 온도를 올리게 되면 난방비 폭탄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폭탄'을 맞을 만큼 후끈후끈하게 온도를 높였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몇 도 정도 올렸을 뿐이고 여전히 추웠음에도 난방비는 그에 비례하지 않는다.

어제 TV에서 이와 관련된 방송을 하는 것을 보았다. 난방비가 줄줄 샌다, 그런 표현을 쓰는 그 프로그램에서 어떤 할머니는 내가 위에 쓴 것과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온도를 조금 올렸는데 따뜻하지도 않았고 가스비만 엄청나게 나왔다고. 집안을 요목조목 살펴보던 전문가는 가스비가 새고 있다고 했다. 문틈 사이로, 창틀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물론 집이 낡으면 틈새로 바람이 새기 마련이다. 낡아가는 집에 사는 이상 창문과 창틀에 단열시트나 문풍지를 붙이는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는 처음부터 '개인'이 잘못해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지 않나? 왜 난방비를 내리거나 지원해주지 않는 국가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가? 애초에 부실 공사를 하는 업체의 책임은 묻지 않는가? 정말 저 할머니의 가스비가 많이 나오는 것은 온도를 낮추고 단열시트를 붙였음에도 '문풍지'는 붙이지 않아서인가?

요즘에는 '생활정보' 방송을 보면서 부쩍 회의감이 든다. 뭘 그 만큼 써보기나 하고 각종 세금이 많이 나온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도 않다는데, "아유, 이걸 안 하셔서 각종 세금이 많이 나오는 거네요"하는 말이 불편하다. 한편으로는 생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니까 자꾸만 '생활 정보'에 기대게 되는 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생활 정보'가 꼭 '개인'이 실천해야만 하는 각종 세금 절약법이 아닌 이상, 왜 내 '생활'이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정보'도 줄 수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 물어본다. #난방비 #적정온도 #생활정보방송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