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적 팬으로서 8년간 경기중계 … 팀 승리 때 희열"
▲ 안영민(왼쪽) 인천UTD 장내아나운서가 한성규 성남FC 장내아나운서와 함께 광화문에서 열린 2016 인권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안영민

"2009년부터 구단과 '희로애락''"선수들 못지않은 팬사랑 받아""내년 상위스플릿 살아남을 것"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가까이 다가갔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인천유나이티드 장내 아나운서 안영민(33)이었다. 항상 프로축구 인천 구단의 안방 경기가 열리던 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듣던 그의 목소리를 들은 곳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다음날인 10일, 7번째 촛불집회가 열리던 서울 광화문 광장이었다. 운동장이 아닌, 광장에서 그를 본 것은 내게 색다른 느낌이었다. 인터뷰를 요청했고, 1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그를 만났다.

▲"내가 누군지 밝히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날 열린 제7차 촛불집회 행사 중 하나로 마련된 2016 인권콘서트의 한 코너인 '2016 인권가중계'를 맡아 진행했다.

같은 회사 소속으로 잘 알고 지낸다는 한성규(29) 프로축구 성남FC 장내아나운서와 함께.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아 '무대 위의 노동자'자 불린다는 아는 형님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그 자리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안영민 아나운서가 그날 인권콘서트 무대를 진행하기 앞서 자신을 "인천유나이티드 장내아나운서"라고 소개했을 때, 문득 걱정이 앞섰다.

그가 일하는 인천유나이티드의 구단주는 친박 정치인인 유정복 인천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주변에서 우려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콘서트에 참가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문제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한 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 콘서트 취지에 동감했고, 내가 가진 재능을 살려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애초 대본에는 우리의 신분을 밝히는 순서가 없었지만, 내가 당당했기 때문에 우리가 누구인지 밝히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 동료 한성규와 상의해 시작 전 신분을 공개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이 일로 고교 졸업 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고교 동창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이날 촛불 집회에 참석했던 그의 친구들이 목소리와 소개멘트를 듣고 친구를 응원하고자 무대 앞까지 찾아왔던 것.

또 인천유나이티드 팬들과 기타 다른 프로축구단 서포터즈 역시 이날 광화문을 찾았다 두 장내아나운서의 행사 진행 모습을 보고 "멋지다. 고맙다"며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골수 인천UTD 팬, 8년째 장내아나운서
그가 처음부터 인천구단의 팬은 아니었다.
전북 전주 출신인 그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 스포츠를 몹시 좋아했고, 아나운서 같은 방송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안영민은 자신의 꿈을 쫓아 2008년 겨울 먼저 인천 구단의 문을 두드린다.

앞서 2008년부터 부천FC1995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지만 당시 부천은 챌린저스리그(현 4부리그)라 1부 프로팀의 장내 아나운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스스로를 소개하고, 장내아나운서를 하고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마침 장내아나운서가 필요했던 인천도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인천구단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일이었다.

하지만 해가 거듭되면서 그는 그 누구보다 열성적인 인천구단의 팬이 되었고, 아예 집도 인천으로 옮겼다.
그가 8년째 맡고 있는 장내아나운서는 선수들 못지 않게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는 "나는 장내아나운서로서, 내가 좋아하는 선수와 팬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돈을 떠나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한 사람의 팬으로서 구단의 심장부에 들어와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 팀이 승리했을 때 희열을 느낀다. 특히, 클래식 잔류를 결정했던 올 시즌 마지막 경기는 정말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당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전날 밤 긴장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그는 "마침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감격의 눈물이 나왔지만 역시 기쁨에 겨워 운동장으로 쏟아져 내려온 팬들과 서로 껴안으면서도 순간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에 눈물이 쏙 들어간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내년 성적 6위 내 상위스플릿 갈 것"
장내아나운서가 선수나 감독, 코치는 아니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축구 전문가다.

아직 선수단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객관적인 전력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내년 성적을 점치기 어렵지만 그는 조심스럽게 6위 내 상위스플릿 진출을 전망했다.

"매년 겨울은 축구인들에게는 만남과 헤어짐의 시기입니다. 새로운 선수를 만나고, 정든 선수를 떠나보내야하고… 2월쯤이면 선수단 구성이 어느정도 완료되는 데 인천은 시민구단이라 항상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죠. 원하는만큼 전력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그랬듯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뛸 것이고, 상위스플릿에 살아남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양심수 후원의 밤 이어 올 세번째 인권 콘서트]
그가 출연한 인권콘서트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된 양심수들을 후원하고자 매년 열렸던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의 역사를 잇고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6년 자연스럽게 맥이 끊겼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인권 상황이 후퇴했다는 평가 속에 2014년 '인권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2016년 세 번째를 맞은 이날 '2016인권콘서트'는 박근혜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10일 저녁 촛불의 현장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인권콘서트의 부제는 '모두의 목소리로'였는데 세월호, 백남기 농민 등 인권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촛불 앞에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을 드러내고, 정부에 항의하는 현장이었다.

안영민 아나운서는 인권콘서트 중 한 코너인 인권가중계를 진행하며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각종 인권침해 사례를 중계 형식으로 거론하며 풍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