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불과 며칠 전의 우려는 삽시간에 공포로 돌변했다. 버젓이 눈 뜨고 당하는 사태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되풀이되는 중이다. 불과 20여일 사이에 살처분 대상 닭과 오리가 경기지역에서만 590만 마리로 급격히 늘고 있다. 지역적인 경계도 뚫었다. 13일 현재 영남과 제주권을 제외한 전국에 AI가 창궐하고 있다. 3년째 되풀이되는 장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답답한 상황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지금이야말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적기다.

애꿎은 철새를 탓하지 말고, 가금류의 사육환경부터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마침 이번에 아주 좋은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충청북도의 동물 복지농장이다. 충청북도에서 닭을 키우는 동물 복지농장은 모두 23곳으로 유일하게 이곳 만큼은 AI가 접근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 3년간 AI에 감염된 동물 복지농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다. 2014년 AI 발생 농가와 인접한 농장 2곳에서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됐을뿐 이후 검사에서도 AI 양성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육환경의 차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일반 양계농가와 동물복지농장의 사육환경은 크게 다르다. 일반 양계농장에서는 닭들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우리에 갇혀 사육되는 데 반해 동물 복지농장에서는 마리당 0.14㎡의 공간이 확보된다. 톱밥이 깔린 바닥에서 생활하고, 톱밥을 몸에 끼얹어 기생충 등을 털어내는 '모래 목욕'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양계농장이 밤에도 전등을 밝혀 수면 주기를 짧게 하거나 강제로 털갈이 방식으로 달걀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비해 복지농장에서는 휴식을 취하면서 달걀을 낳는 어두운 공간을 마련해 둔다.

전문가들은 일반 양계농장에서 자란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처치가 불편한 배설물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돼 전염병이 유입되면 삽시간에 번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자연 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에서 기른 닭은 상대적으로 내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동물의 본성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축산을 하지 않으면 AI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밀식 사육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