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아닌 강제"
인권위 "문제 소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를 금지하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각 기관들이 공무원에게 서약서 작성을 강요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경기도,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9월28일부터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각 기관 소속 공무원들은 일제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 서약서'를 작성했다.

서약서는 어떠한 부정청탁을 받지 않으며,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는 어떠한 금품 등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부정청탁법 제19조 제1항에는 공공기관의 장에게 정기적인 교육과 함께 준수 서약서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공직자 및 유관기관 직원에게 청렴서약서를 작성토록 했고, 부천시도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서약서를 받아내는 등 경기도내 대다수 지자체가 서약서를 작성토록 했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교육청 소속 교육청 전 직원과 산하기관 등 모든 직원들도 준수 서약서를 작성했고, 경기도내 도시개발공사가 속해있는 도시공사협의회도 각 회원사 사장의 명의로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서약서에 서명토록 했다.

현재 공공기관, 교육기관, 언론사 등 이 법의 적용을 받는 4만919개 기관이 직원들에게 서약서를 작성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을 위반할 시 관련 법규에 따라 어떠한 처벌도 감수한다'는 등 일부 불편한 문구를 담고 있는 서약서에 서명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를 놓고 공직사회 일각에선 자발적으로 나서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서명하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으나, 강제적인 서약은 부담감을 안겨주는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날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서약서와 관련된 진정은 5건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서명을 하지 않는다 해서 김영란법을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닌데, 강제로 서명하라하니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 같다"며 "서약서와 김영란법 준수 유무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인권침해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 같은 문제로 10월20일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 인권위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큰 실익이 없는데, 법 적용대상의 범위가 넓고 많은 사람에게 서약서를 제출받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권위는 이 사안이 국회입법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인권위의 조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정책권고를 내리기로 했다.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더불어민주당 김병욱(분당을)의원은 청탁금지법 서약서 작성 의무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