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개항장 거주 외국인의 미술품 수집 이야기 재구성
▲ 김동규作
"나, 이차도(Richard Hanning)는 二年間의 仁川 제물포 생활을 맛치고 나의 본국 독일로 돌아가려 하오. 이를 기념하야 그동안 朝鮮에서 모흔 朝鮮美術寶物을 만국공원(자유공원)에 위치한 제물포구락부(濟物浦俱樂部)에서 展示할 예정이오. 朝鮮人들도 발견하지 못한 朝鮮의 美를 보여주게 되어 감격스럽소. 쌀쌀한 겨울이 다가온 제물포구락부에 오셔서 나의 소장품의 즐겨보시길 바라오. 전시와 함께 주말에는 朝鮮의 연극단, 예술공동체 단디의 공연도 있을 예정이오."

아마도 110여년전 독일사람 이차도가 살아 있다면, 이런 편지를 기자들에게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근대 인천의 역사와 더불어 문화번역의 주제를 다루는 '이차도의 조선미술보물순례전'이 12월18일까지 인천 제물포구락부에서 진행된다.

미국인 번어도(蕃於道, John. B. Bernadou)는 1884년 광산사업 조사차 조선에 왔다. 번어도의 또 다른 임무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조선의 미술품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1876년 조선은 제물포조약을 통해 외세의 의한 강제개항 형태로 오랜 빗장을 열 수밖에 없었다.

사업, 선교, 조사의 목적으로 조선에 도착한 외국인 중에는 번어도와 같이 미술품 수집에 열올 올린 이들이 있었다. 그것은 이국적인 문화에 대한 취향일까, 혹은 개항과 함께 밀려 들어온 열강의 무력 행사인가.

'이차도의 미술보물순례' 전시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1901년 개항장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의 조선 미술품 수집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기획자인 가상의 독일인 이차도(李次導, Richard Hanning)는 2년 동안 조선에 거주하며 미술품과 민속품을 수집했다. 전시는 바로 그의 컬렉션을 공개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자칭 '조선 문화의 정수'라고 떠받드는 이차도의 수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아는 보편적인 '조선의 예술'과는 분명 다르다. 그는 조선의 문화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번어도가 수집한 고려청자주병이 1893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보고서에 와인 병(wine bottle)으로 기록된 것처럼.

당시 외국인들이 수집한 아마추어 조선 화가의 그림은 '수집'이라는 행위를 통해 명화가 되고 싸구려 일상용품은 귀중품으로 둔갑해서 고가에 팔렸을지 모른다. 타자의 문화를 수집한다고 해서 곧 타자의 문화를 완벽히 이해하고 수긍하는 것은 아니다.

전시에 참여하는 7명의 작가 캐스퍼 강, 김동규, 김수연, 박천욱, 이의록, 이주리, 줄리앙 코와네는 회화,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오독과 오역의 상황, 문화적 차이의 틈을 발견한다.

예술공동체 단디는 이러한 상황을 연극으로 공연한다.

전시는 개항기 조선에 거주한 외국인들의 사교와 문화교류의 중심이었던 옛 제물포구락부에서 12월18일까지 계속 된다.

제물포구락부 관계자는 "근대기 인천은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은 곳으로 문물과 물자가 수없이 유입되고 유출한 곳이다. 근대의 역사적 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질적인 문화의 만남과 그로 인한 충돌과 간극을 눈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월요일은 휴관.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