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같이 사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코를 골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코 고는 걸 자각하면서 자는 사람은 없으므로 누구의 탓을 할 일은 아니기는 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생의 코골이가 유독 심해진 것 같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동생은 무엇이 고단해서 그렇게나 코를 고는 것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코골이의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즈음 (사는) 일이 고단하면 코를 곤다더라, 비염이 있으면 코골이가 심해지더라, 건조하면 그렇다더라, 베개를 잘못 베면 그렇다더라 하는 식이다. 최근 동생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 다른 무엇보다도 일이 고단하기 때문인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면 요즈음 일이 고된 탓에 코를 심하게 고는 동생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매번 같이 잠들 때마다 동생을 흔들어 깨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도 정말로 원인이 '고된 일'에 있다면 일이 좀 덜 고되게 하는 게 가장 훌륭한 원인 해결일 수 있겠는데 지금 시국을 보아하니 그것도 실현 가능한 해결책은 아니겠다. 지난 토요일에 광장에 나갔다가 '박근혜는 퇴진하라'와 더불어 '공약을 폐기하라'는 구호를 들었다. 취임 이후 지금껏 지켜지지도 않았고 임기 내 지켜지지 않을 공약을 '폐기'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약간 헛웃음이 났다. '공약'은 이미 지켜지기도 어려워 보이지만 하물며 '폐기'까지 요구되는 상황을 볼 때 동생을 고되게 하는 '(사는) 일'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동생은 당분간은 코를 골게 될 것 같다.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나와 내가 아는 여러 사람들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조금 더 코를 골게 될지도 모르지만 코를 골게 하는 고단함이 단지 '개인'의 고단함에서 멈추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대신 코를 고는 모두가 다 같이 "당신 코 골더라"라고 말해주면서 우리가 왜 코를 골게 되었는지 같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코 골지 않고 푹 잠들 수 있으려면 무엇을 어디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코골이 #공약? #일 #연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