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용 '재미난 추억의 오락실' 운영자
7080 물품 가득 … 분위기 그대로
수집품 통해 시민과 공유하고파
1980~9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누구나 한번쯤 전자오락실에 발길을 붙잡혀 봤을 것이다. 당시 100원으로 '끝판왕'까지 깨는 친구들은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오락실은 만남의 광장이자, 학생들의 천국이었다.

컴퓨터 게임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오락실의 향수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차민용(43·사진)씨다. 그는 올해 10월 인천역 건너편에 '재미난 추억의 오락실'을 차렸다.

"제 추억을 시민들과 나누며 그 시절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이곳에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오락들이 시민을 반기고 있다. 남성의 지갑을 여는 건 '스트리트파이터', 여성의 시선을 끄는 것은 '보글보글'과 '테트리스'. 이밖에도 '갤로그', '1945' 등이 시민의 발길을 붙잡는다. 뿐만 아니다. 벽에는 똘이장군·로보트태권V 포스터, 선데이 서울 잡지 표지, 깡통 분유통, 못난이 인형, 딱지, LC판, 다이얼 전화기까지. 7080시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에 시민들은 추억에 젖어 사진을 찍어 휴대폰에 고스란히 담아간다.

차씨는 "9살 때 동네 형들 따라 처음 갔던 동암역 앞 오락실은 내게 '신세계'였다"며 "그 짜릿함과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손맛을 다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집에는 7080년대 물건이 가득하다. 2003년부터 취미삼아 모아온 수집품 개수만 1000개가 넘는다.

직장과 사업 실패 이후 우연히 거닐던 청계천에서 당시였으면 30원 하던 삼양라면 봉지가 2만원에 팔리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껴 수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는 자기계발서보다 색 바랜 '보물섬' 만화책이, 아이돌 사진보다 심형래 영화 포스터가 더 많은 것이 가족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근현대사 수집가'라고 자처하며, 추억품이 있는 곳엔 어디든 달려가는 차씨. 경기도 파주에서 매주 열리는 수집품 경매에도, 아기자기한 골동품이 많은 청계천, 인사동도 단골 방문 장소다.

그의 꿈은 인천에 추억 거리가 조성되는 것이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고즈넉하고 아담한 건축물, 옛 이야기가 많은 중구에서 자신의 수집품을 통해 시민들과 나누며 공유하고 싶다.

"저의 소중한 추억이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된다면 그 보다 큰 선물은 없을 겁니다. 제 추억을 팝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