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들어온다! 누군가 외쳤다. 배가 들어오다니. 이제 겨우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어디로 배가 들어온단 말이지? 그런데 놀랍게도 왼편 끝에 목선 앞머리가 보였다. 배는 흘러드는 물길을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떠 있기도 어려울 것 같아 보이는 바닷물 길을 따라 배는 천천히 헤엄치듯 포구를 향해 다가왔다. (중략) 물이 가득 찬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만 보았던 나는 개흙 사이의 좁은 골을 따라 배가 들어오는 광경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 졸저 단편소설 <패루 위의 고래>

북성포구를 매립할 예정이라는 기사에 가슴이 철렁했다. 북성포구를 처음 본 날, 나는 단번에 반해버렸다. 그날, 나는 내 눈으로 골씨를 따라 배가 들어오는 것을 봤고, 다른 사람들처럼 배 위에 올라 젓갈용 새우를 샀다. 울적한 날에는 노을을 가슴 떨며 지켜봤다. 인천에 오는 작가들에게 나는 꼭 두 군데를 데려갔다. 한국근대문학관과 북성포구였다. 그때 내 마음은 서랍 속에 꼭꼭 숨겨두고 열쇠까지 채웠던 소중하고 비밀스러운 것을 꺼내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내 보물을 본 본 작가들은 인천을 만만치 않은 도시라고 했다. '가치'를 볼 줄 아는 도시라고도 했다. 가치를 볼 줄 아는 인천이 자랑스러웠고, 우쭐했다.

부수고, 만들고, 세우고, 칠해서 관광이라는 푯말을 내거는 건 다른 도시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는 전근대적 개발방식이다. 그런 것들은 대개 조악해서 열쇠로 잠그는 책상서랍에 들어가는 보물이 되지 못한다. 북성포구는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는 포구이다. 사는 게 팍팍해 잠시 숨을 돌리고 싶을 때, 찾아들어 마음을 녹이고 싶은 그런 곳이다. 별 볼일 없는 것처럼,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갯벌과 바다와, 배와 노을을 오묘하게 품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잡아끄는 곳이다.

북성포구는 매립할 곳이 아니라 홍보해야 할 곳이다. 선상에서 해물을 살 수 있는 곳, 출사하기 좋은 곳, 쓸쓸해질 때 몇몇이 어울려 바다를 보며 소주 한 잔 하기 좋은 곳, 그런 곳이 인천역 끝에 있음을 알려야 한다. 인천이 문화에 있어서 더 이상 뜨내기도, 변방도 아닌 '가치'를 볼 줄 아는 도시임을 북성포구를 지켜내는 것으로 증명해야 한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