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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저금리의 장기화에 따른 유로존 경제의 위험을 이례적으로 언급해 주목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드라기 총재는 전날 유럽의회 연설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저금리가 부채 누적과 과도한 위험부담과 같은 금융시장 위험에 "비옥한 토양"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와 함께 유로존 8개국의 부동산 거품 등이 크게 취약해 보인다면서 해당국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그가 의장으로서 이끄는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도 이날 8개국 재무장관들에게 부동산 가격의 거품과 부채 증가, 가계 부문의 모기지 상환 능력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ESRB가 지적한 8개국은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등이다. ESRB가 공개적으로 경고를 한 것은 2010년 창립된 이후 처음이다.

드라기 총재는 연설에서 이들 국가의 부동산시장이 당장 유로존의 금융시스템에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경제에 충격이 발생하면 빠른 속도로 디폴트(부채 상환 불이행)와 부동산 가격의 폭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CB는 지난 2년 동안 중단없는 경기 부양 조치를 통해 기준 금리를 마이너스권으로 내리고 1조3천억 유로를 넘는 국채와 회사채를 사들였다. 그 덕분에 유로존의 차입비용이 낮아졌지만, 주식과 채권,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자산 가격의 상승을 유발했다.

시장에서는 유로존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ECB가 다음 달 8일 열리는 정례 정책이사회에서 양적완화를 최소한 6개월 연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의 이날 연설은 양적 완화의 리스크를 새삼 상기시킨 셈이다.

드라기 총재는 그럼에도 이날 연설에서 ECB의 경기부양 정책들은 유로존의 경기 회복에 중요한 요소였다고 강조하고 앞으로도 지속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당장 최대의 위험은 경제회복이 불확실한 가운데 성장은 지체된 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이사회가 (물가상승률을 2%에 근접한 목표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수준의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