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안팎 사람들 얘기
2016년 사회 생생하게 담아
올해 창비 블로그에 연재돼
▲ <피프티 피플> 정세랑 창비 396쪽, 1만2000원
새책 <피프티 피플>(창비·396쪽)은 50명의 인물이 대한민국의 절망과 희망을 얘기하는 정세랑의 장편소설이다.

올 1~5월 창비 블로그에 연재된 이 소설은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병원 안팎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한사람 한사람이 처한 어려움과 갑작스레 찾아오는 사고들, 그들이 안은 고민은 현재 사회의 현안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정세랑은 섬세함과 다정함으로 50명의 주인공을 찾아 그들의 손을 하나하나 맞잡아준다.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가 함께 이겨내야 한다고, 그래야 후회 없이 다음 세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고자 노력한다.

이 책이 전하는 사람들은 현대인들을 닮아 있다. 목소리조차 사회적 갈등이 녹아있다. 작가는 그 안에서 허황한 낙관도, 참담한 절망도 하지 않는 건강한 균형감각으로 하루하루 겪어내는 삶의 슬픔과 감동을 조화롭게 버무린다.

정세랑은 "쓰고 나니 그래도 이 이야기는 2016년에 써야 했구나 받아들이게 되었"(작가의 말, 392쪽)다고 말했듯, <피프티 피플>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의 사연(한규익), 성소수자의 시선(김성진 지연지), 층간소음 문제(김시철), 낙태와 피임에 대한 인식(이수경), 씽크홀 추락사고(최애선, 배윤나), 대형 화물차 사고 위험(장유라, 오정빈) 등 2016년의 한국 사회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작가는 꼼꼼한 취재와 자문을 통해 의사, 간호사뿐 아니라 보안요원, MRI 기사, 이송기사, 인포메이션 담당자, 홍보부 직원, 해부학 기사, 임상시험 책임자, 닥터 헬기 기사, 공중보건의, 제약회사 영업사원, 병원 설립자의 사연까지 담아낸다. 응급실, 정신과, 외과 등으로 찾아드는 환자들의 사연까지 더해진다.

의사와 환자로, 환자의 가족으로, 가족의 친구로 50명의 인물들이 이루고 있는 구도는 긴밀하다. 이 관계가 없는 인물들이 서로를 마주치는 순간들은 매우 흥미롭다.

출판사 관계자는 "우리는 어쩌면 그저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이미 위안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1만2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