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구입비·운영인력 부담
수원·인천 등 거점병원 요원
보건당국 현황 파악도 못해
경기도내 공공의료 기관들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대혼란을 겪고도 1년여가 지나도록 치료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관련 장비에 대한 현황파악 조차 못하고 있는 등 뒷짐만 지고 있다.

15일 질병관리본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가 및 자치단체는 메르스, 에볼라 등 신종감염병에 감염이 의심되거나 이미 감염된 환자들에 대해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지정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지역별 거점병원은 올해 초까지 전국 16개 지역에 격리 외래병원 71개소, 격리중환자병원 32개소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도는 격리외래병원 15개소, 격리중환자병원 6개소를 지정했고, 메르스외래거점 진료병원으로 공공의료기관 경기도의료원소속 5곳의 병원과 일반병원 36곳을 지정했다.

이 가운데 '중점치료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이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국가지정 격리병상(치료병상) 신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메르스 사태 당시 문제됐던 2차 감염의 문제에는 조금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경기 인천지역 등 전국에 일부 병원들은 메르스 등 호흡기와 관련된 감염병 치료에 쓰이는 치료 장비를 들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환자의 체내 산소 포화도를 높이기 위해 심장과 폐를 대신해서 산소·이산화탄소를 교환하고 혈액을 공급하는 장치인 'ECMO(에크모·인공심폐의료기기)'와 혈류가 불안정한 환자의 투석을 위해 24시간 동안 천천히 투석을 실시하는 'CRRT(신장대체요법)' 장비 등이 있다.

그간 국내에서 이 장비들이 크게 사용되지 않다가 메르스 사태을 맞으면서 중증환자들에게 효과를 보이자 의료계 곳곳에서 필요성을 주장했던 장비들이다.

문제는 구입비용과 운영인력이다. 에크모 등은 1대 비용으로 약 1억원이 들어가고, 전문의와 체외순환사, 전담간호인력 등 최소 3명이 한 팀을 이뤄 환자를 집중 관리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에크모 연구회 등의 조사에서 전국에 에크모 장비는 180여대에 불과했고,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 병원 등 대형종합병원만 문제없이 장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제외한 일부 거점병원들은 에크모 장비와 팀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인천지역에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 수원의료원 등 감염병 중점치료병원들이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재승 교수(에크모 학회 총무)는 "최근에는 에크모 운영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지만, 당시 장비를 운영하는 전문가팀이 전무했고, 현재에도 감염병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지방의료원 수준의 병원은 장비를 도입하거나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예산의 문제로 장비까지 지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감염병 방지 차원으로 국가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장비 구입은 병원 자체에서 해결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음압격리병실 등은 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메르스와 관련된 장비는 현황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