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안 입법예고 … 지역 정체성·독창성 명시
표절 시비에 휘말렸던 '인천 정명(定名) 600주년 기념비'와 정서진 상징 조형물 '쉼', 맥주캔 모양이 알려지며 비웃음을 산 '치맥(치킨+맥주) 파티' 조형물. 정체성과 공공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천지역 공공 조형물의 건립·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인천시는 '공공 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시는 조례 제정 사유를 통해 "공공 조형물이 무분별하게 건립되면서 예산이 낭비되고, 사후관리도 부실해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며 "지역사회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공공 조형물 건립 과정에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제정안은 기념비나 동상, 기념탑 등의 공공 조형물을 세울 때 지역 정체성과 독창성을 살리고,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공공 조형물 건립심의위원회'를 꾸려 시민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는 내용도 담겼다.

인천에선 공공 조형물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2014년 시가 인천 정명 600년(2013년)을 맞아 인천종합문예회관 야외광장에 세운 기념비가 대표적이다. 당시 3억 원이 들어간 기념비는 단 3주 만에 디자인됐다. 작가의 기존 작품을 빼다박았다는 의혹에도 휩싸였다.
<인천일보 7월22일자 1면>

2011년 말에도 경인아라뱃길 정서진에 설치하려던 10억 원짜리 조형물 '쉼'이 미국 디자인 전문 사이트에 수록된 평면 디자인을 닮았다는 지적을 받아 백지화됐다. 지난 3월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 6000여명이 치맥 파티를 벌인 월미도에 맥주캔 조형물을 만든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지역사회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다른 시도는 이미 공공 조형물 관련 조례를 두고 건립·관리 문제를 예방하고 있다. 전국 8개 특별시·광역시 가운데 아직 이런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곳은 인천뿐이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