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관수 인천미술협회 수석 부회장은 "앞으로 인천미술계 발전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동양화 재료에 서양화 기법 접목
이것이 '내 독특한 화풍'의 시초

모르는 중국인 "작품사진 달라"
몇개 보냈더니 "선정됐다" 당황




중국공산당이 최근 창당 95주년을 맞아 중국 내·외 작가 95명의 작품을 담아 우편엽서와 전화카드, 기념우표 세트를 발간했다. 대부분 중국작가들 틈에서 인천출신 이관수(53) 화백이 이름을 올렸다.

이관수 화백은 올 7월 중국의 초청을 받아 웨이하이시 경제개발구 시민문화예술센터 2층 전시실에서 중국 순회전을 연 것이 중국공산당 창당 기념 작품세트 선정의 계기가 됐다. 당시 순회전은 웨이하이시미술가협회 최초 외국인 회원이자 중국 웨이하이명가국제문화예술유한회사 첫 전속작가 자격으로 연 전시회였다.

이 화백은 동양 특유의 친근감 있는 산수화와 직접 중국과 몽골 등을 찾아나서 얻은 인물화 등을 입체감 넘치고 힘 있는 붓 끝을 통해 담아내 중국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인천출신으로 제물포고교를 나와 현재 인천미술협회 수석 부회장으로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 화백을 만났다.


▲독특한 화풍이라 들었다

―화창한 봄날인 것으로 기억이 된다. 젊은 대학원생은 미용실에 놓인 잡지를 유심히 읽으면서 무엇인가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밀가루로 칼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라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어느 유명 화가의 현대 동양화(한국화)의 지론이 나오는 페이지를 유심히 바라보는 표정은 종이를 삼켜버릴 듯 했다.
'밀가루로 칼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이 이야기는 서양재료로 한국화를 그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건방진 그 젊은 대학원생은 "나는 쌀로 빵을 만들겠다"는 굳은 결의를 하고 있는 표정을 지었다.
언젠가 써놓은 수필 같은 내 그림인생의 시작이다. 아마도 당시 저 심정이었을 것이다.


▲작품 세계에 대해 말해 달라

―동양화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를 가지고 서양화의 기법(방법론)를 접목시킨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화가들은 나에게 "전통기법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은데 당신이 길을 보여 주는 것 같다"고 한다. 수묵담채화(水墨淡彩畵)라고 하면 우선 먹의 사용이 능수능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먹을 많이 강조하는데, 당연히 먹은 갈아서 농담(濃淡)의 맛이 나와야 한다. 그 농담의 조절은 결국 물(水), 그래서 수묵담채(水墨淡彩)라고 하는 것이다.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했나

―작년 7월쯤 중국 베이징에서 1급 화가 몇분과 인천에서 갑작스런 교류행사가 있었다. 그때 서로 얼굴을 보면서 그리는 시연행사를 갖게 됐는데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9월 아트페어 행사 때 개인도록을 들고 찾아와 중국에서 전시를 하자고 했다. 중국 화가들과 교류하는 시발점이 되었고 큐레이터 사이에 소문이 퍼진 것으로 알고 있다. 올 7월 중국 웨이하이 개인 초대전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들었다.
개인전 전시 후 상호 거래조건이 안 맞아서 고심하던 중 계약을 포기했다. 이러다 그림만 뺏기고 말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올 6월에는 베이징에 있는 화랑 대표 소개로 유명 경비업체 관계자와 미팅이 성사돼 좋은 조건이 오가기도 했다. 중국과 교류는 활발하지 않았지만 중국쪽에서 내 화풍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들었다.


▲중국공산당 창당 95주년 기념 작품세트에 선정됐다고 하는데

―소식을 듣고 나도 놀랐다. 위챗이라는 중국인들이 쓰는 사회관계망이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작품사진 보내달라고 해서 도록 보내준 적은 있었다. 중국말로 쓰여진 공문도 오고. 중국말 하는 사람한테 물어보니 어떤 것에 심의를 하는데 작품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는 것이니 보내 보라고 하더라고. 한 20작품 보냈나? 뭐 돈 보내달라는 것도 아니고, 작품사진 출력해서 팔아 먹을 것 같지도 않고, 공문도 보내주는데 어쩌랴 싶어 보내 주었는데, 선정됐다고 한다. 선정됐다는 소식도 위챗으로 받았다. 9월 선정됐다면서 지난달 말에 샘플도 위챗으로 받아 교정까지 봤다. 중국에서 작품 공개하는 행사한다고 하는데, 가야 할지도 결정안했다. 작품세트는 조만간 보내준다 하더라.


▲어떤 작품인가

―중국공산당 창립 95주년 기념으로 예술계 활동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각 부분별 몇 명씩 선정했다 들었다. 95명으로 한정됐고. 한국인으로는 최초라고 들었다. 12월25일 베이징에서 경축행사를 한다고 들었다. 초대를 받으려면 신청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물러 달라할까 두려워 참석 안하고 멀리서 지켜봐야죠. 하하하~.


▲해외 진출 계획도 있다고 들었다

―요즘은 미주, 유럽작가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워싱톤, 시카코에 그림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마케팅을 해주신다고 한다. 천천히 기다려 볼 생각이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 빛을 보지 않겠나? 같이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인천 작가들과 공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안영길 미술평론가·철학박사 "그의 그림은 … 한 편의 詩"


동양의 회화가 추구하는 것은 대상의 외형적 사실 묘사보다는 작가가 인식한 대상 속의 본질이나 특징 표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주체와 객체의 정신성을 대상에 기탁해 표현하는 것을 사의(寫意)라고 한다.

대상의 형사(形似)를 중시하는 사실(寫實)을 넘어 사의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본질에 대한 직관적 인식과 통찰이 깃든 작가의 창작정신이 바탕에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작가 이관수는 이러한 창작정신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전통회화의 정신과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서구적인 음영이나 원근법을 가미한 참신한 색감과 몽롱한 분위기가 깃든 현대적 감각의 화풍으로 인물화와 풍경화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있다.

인물화의 경우 표정이나 몸짓과 손짓, 옷자락 등의 섬세한 표현과 분위기의 조화와 호응을 통해 대상의 전신(傳神)을 구현해냄으로써 생기가 넘치는 인물의 특징과 감정을 잘 포착한다.

산수를 비롯한 풍경의 경우도 수묵담채 전통적 기법에 바탕을 두면서도 서구의 원근법과 색채의 감각을 교묘하게 접목시켜 특유의 몽롱한 분위기가 화면을 지배하며 시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작가 이관수는 창작 주체와 표현 대상이 걸림 없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지향하며 감상자가 대상과 작품에 몰입해 교감할 수 있는 정경교융(情景交融)의 신세계를 구현하고 있다.